지난 6월 영남권 신공항으로 선정된 김해 신공항의 비용편익(B/C) 분석 결과가 1.61로 기준치 ‘1’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자체 분석 결과 김해 신공항 건설이 ‘경제성 있다’로 잠정 판명이 난 만큼 향후 예비타당성 조사를 비롯한 사전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김해 신공항에 대한 자체 B/C 분석 결과 1.61로 나와 ‘경제성 있음’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예비타당성 조사 의뢰서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제출했다. B/C는 투입되는 비용(C) 대비 향후 정책 효과(B)를 비교하는 것으로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 지원이 300억원을 넘으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사업성에 대한 최종 판단은 KDI의 몫이지만, 사업에 대한 주무부처들이 B/C를 제출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달 15일께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분석을 맡았던 해외용역기관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으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아 B/C를 계산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분석 방법의 차이로 유럽에선 ‘B/C’를 필수항목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교통연구원이 수치 변환 작업을 맡았다.
일단 잠정적인 B/C가 1을 넘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경제성 부족으로 인한 김해 신공항 사업의 무산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 수치는 지난 2011년 신공항 입지선정 당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가덕도(0.7)와 밀양(0.73)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다.
이에 따라 김해 신공항 건설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당초에는 내년 중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2018~2019년 기본계획과 설계, 2021년 착공,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김해 신공항의 경제성 여부 판단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만큼, 정부는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예정 시간표를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면 2025년 개항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공항 건립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해 달라”는 부산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시는 상반기 김해공항 이용객이 72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2만명)과 비교해 24.4%에 증가하는 등 이용객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들어 김해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재난 등의 이유로 시급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원칙대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제주 2공항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제주공항은 김해공항보다도 빠른 2018년 1월 활주로 포화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지난 1월 제주 2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린 4대강 사업도 ‘타산지석’이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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