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 다비치가 공직자 될수도` 혼란스런 김영란법 해석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얼떨결에 법상 ‘공직자 등’에 포함된 TV홈쇼핑, 통신사, 일부 교육회사 직원과 연예인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뒤늦게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김영란법은 CJ E&M, 재능교육 등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회사 소속 직원들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회사에 소속된 일반직 직원들은 물론, CJ E&M 소속 연예인들까지도 법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표현은 비관료출신 별정직 공무원을 일컫는 말이지만, 김영란법으로 얼떨결에 공직자가 된 ‘신(新) 어공(어쩌다 공직자)’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 ‘신 어공’들은 외부 협력업체와의 접촉이 많은 측면이 있어 자칫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소속 회사들은 서둘러 법 내용을 인지하고자 내부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TV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CJ오쇼핑 등 주요 홈쇼핑 회사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중에 있다. 이와 함께 이들 회사들은 직원들의 김영란법 준수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외부 업체와의 접촉이 많은 홈쇼핑 업체의 특성상 무의식중에 발생할 수 있는 법 위반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다.
TV홈쇼핑 회사 직원들이 김영란법상 ‘공직자 등’에 들어간 것은 이 법이 홈쇼핑 회사 또한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언론중재법 2조 12호에 따른 언론사를 공공기관에 포함하고 있다. 언론사에는 방송사업자·신문사업자·잡지 등 정기간행물 사업자·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가 해당되는데, 여기서 방송사업자는 방송법 2조3호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 및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규정돼 있다.
이러다보니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인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TV홈쇼핑 사업자나 종합유선방송에 속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IPTV)인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등에 소속된 임직원들도 모두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됐다.
홈쇼핑 회사들은 대부분 내부 윤리규정이 있어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법 규정이 모호한 부분들이 적지 않아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고충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홈쇼핑 회사 관계자는 “직무연관성이라는 용어가 모호한 측면이 있어 구체적인 케이스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만 이미 윤리규정에 들어있는 사항들이 있어 직원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는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있어 혼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tvN·엠넷(Mnet) 등 방송채널을 운영하는 CJ E&M이 대표적인데, 이 회사는 소속 연예인들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법리적 해석을 진행하고 있다. CJ E&M에는 가수 다비치와 로이 킴 등이 소속돼 있다.
이밖에 재능교육, 대교 등 교육관련 회사와 금영 등 노래방 관련 회사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포함되며, 온누리선교재단 등 선교관련 종교단체도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본인 스스로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가 되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직원들이 대상이 되는지 여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해설서에서 근로 계약 형태나 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직접 근로계약이 체결된 근로자는 모두 김영란법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한 바 있다. CJ E&M 관계자는 “현재 법무팀에서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