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여름철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 만으로는 현재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고 보고, 보다 근본적인 개편 방안으로 연료비 연동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도시가스 요금과 지역난방비에는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7월부터 ‘도시가스요금 연료비 연동제 시행방침’에 따라 2개월(홀수월)마다 원료비를 산정해 기준 원료비의 ±3%를 벗어나면 요금이 조정된다. 지역난방비는 가스요금과 연동돼 조정된다. 올해 들어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가스요금과 지역난방비는 조정 기준월인 1·3·5·7월 네 차례 모두 인하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15.8%, 지역난방비는 22.2% 각각 내렸다.
그러나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이다. 저유가로 인해 원가가 떨어진 것은 같지만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가는 내려갔는데 판매가는 그대로다 보니 한전은 사상 최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5일 “원가 하락으로 한전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배당금만 2조원을 썼는데 이 돈을 서민의 전기료 부담을 완화해 주는데 써야 한다”며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태스크포스(TF)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정부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2011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시행을 유보하다 2014년 전기요금 산정 기준을 바꾸면서 백지화했다. 고유가에서 저유가로 바뀐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2009년에는 유가에 비해 전기료가 너무 낮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도입을 추진했다가 지금 유가가 낮고 전기료가 비싼 상황에서 안 된다고 하는 건 국민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꼬았다.
정부는 전기요금 급등 가능성을 염려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도 부정적이다. 그러나 일본처럼 요금 인상폭을 기준 연료비의 최대 50% 이내로 제한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예를 들어 가정용 전기원가가 kWh당 123원(2014년 한전 발표 판매원가)이라고 하면 연료비가 10% 상승할 경우 요금 인상분은 6.15원(최대 인상폭 50% 제한 시) 수준이다. 도시 4인 가구 월 평균 전기사용량이 342kWh인 점을 감안하면 연료비가 10% 상승할 때 한 달 전기요금은 2100원가량 오르는 셈이다.
한편 전기요금 개편 TF의 1차 논의 대상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6구간·최대 11.7배에 달하는 누진단계와 누진율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으로 유력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누진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논의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대안도 다양하게 제시된 상태”라며 “대부분 대안이 누진제는 유지하되 구간과 배율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1단계 기준(100kWh)이 너무 낮아 제 역할을 못하는 만큼 기본 구간을 현행 2단계(200kWh)나 3단계(300kWh) 수준으로 올리자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누진단계를 3구간으로 줄이고, 누진율도 3배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3년 정부는 △누진제 완전 폐지 △누진단계 3단계 및 누진율 3배(대폭 완화) △4단계 및 8배(소폭 완화)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 중 3단계·3배 방안에 따르면 현행 1~3단계는 요금이 3121~4286원 오르는 반면 현행 4~6단계는 5379~5만4928원 요금이 내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누진단계를 2~3구간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누진율도 3배 정도가 최대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등에서 수도요금에 누진제를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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