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 상용화를 위한 실험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16일 오전 1시40분(현지시간)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세계 첫 양자위성 ‘묵자’(墨子)호를 창정2D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중국과학원과 중국과기대가 공동개발한 묵자호 위성은 지상에서 500㎞ 떨어진 우주궤도에 진입한 뒤 앞으로 2년간 양자통신 시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양자통신은 복제가 불가능한 양자 특성을 활용해 보안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기술이다. 지상에서 레이저로 보낸 양자 정보를 위성이 받아 다른 지상국으로 보내고, 양자 암호도 직접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양자 암호는 무작위로 생성되고 한 번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송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정보를 읽을 수 없다. 외부에서 해킹을 시도할 경우 양자 상태가 흐트러지면서 정보가 깨지고 해킹 시도는 바로 발각된다. 이때문에 양자통신은 도감청과 복제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차세대 통신기술로 꼽힌다.
미국, 독일 등도 양자통신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에 중국이 가장 먼저 양자통신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발 앞서가게 됐다. 중국은 양자위성통신 발사와 함께 지상에서의 양자통신망 건설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보안이 중시되는 국방, 금융, 행정분야에서 우선적으로 양자통신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위성의 이름은 춘추전국시대 철학사상 묵가의 창시자 묵자에 따왔다. 묵자는 빛의 직선전파를 일찍이 주장하는 등 물리학과 광학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남긴 인물이다. 개발 책임자 판젠웨이 중국과기대 교수는 “세계 최초 양자통신 위성을 고대 철학가 묵자 이름으로 명명, 중국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제고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를 10월 중순에 발사하기로 했다. 선저우 11호는 9월 발사 예정인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에 인원과 물자를 수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우주정거장 도킹 기술을 시험하고 우주인이 최장 30일간 체류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양자통신과 달리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인 디지털 신호는 도청에 취약하다. 디지털 신호는 빛이 있으면 ‘1’, 빛이 없으면 ‘0’으로 정한 뒤 이 신호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이 신호에서 빛은 수십만개의 ‘광자(빛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 수십만개의 광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도청자는 수백~수천개의 광자를 빼낸 뒤 이를 해독하는 것이 가능하다. 송·수신자는 자신들이 주고 받은 신호가 도청을 당했는지도 알기 어렵다.
가령 기존 신호는 ‘소인수분해’를 활용한다. 소수(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 197과 199의 곱은 3만9203이지만, 3만 9203이 어떤 소수의 곱인지 알아내는데 많은 계산이 필요하다. 컴퓨터 성능이 점점 좋아지면서 3만 9203이 어떤 소수의 곱인지 찾아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어 기존 신호 방식이 깨질 확률이 높은 셈이다.
반면 양자통신은 양자의 불확정성(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는 성질)을 이용한 통신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송신자와 수신자는 광자 단 한개에 신호를 넣어 주고 받는다. 이때 2개의 편광자(필터)와 광자가 갖고 있는 4종류의 편광(광자의 진동 방향)을 사용한다. 송신자가 임의로 광자의 편광이 0도와 90도일 때를 ‘0’과 ‘1’로 정의하고, 45도와 135도일 때를 ‘0’과 ‘1’로 정의한 뒤 무작위로 수신자에게 전달한다. 수신자 역시 2개의 편광자를 이용해 무작위로 정보를 받는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정보를 주고 받은 뒤 송·수신자가 같은 필터를 사용했을 때 받은 광자만을 신호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광자 여러개에 “이 시계는 검은색 가죽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시계입니다”라는 정보를 담아 전달하면 송·수신자 외에 누군가가 이 광자를 빼낸다 하더라도 어떤 정보가 담겨져있는지 알 수 없다. 해킹을 시도할 경우 수신자가 광자를 전달받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광자를 빼내 갔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윤천주 한국전자통신연구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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