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등 국제 연구팀이 기존 마약성 진통제보다 효과는 강력하면서도 중독성 위험은 없는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했다.
美 스탠포드대 의대, 獨 에를라겐뉘른베르크대 등 공동 연구팀은 마약성 진통제보다 강력하면서도 중독성은 없는 새로운 화합물인 ‘PZM2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18일 네이처에 게재됐다.
진통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펜타닐, 모르핀, 옥시콘틴 등이 널리 쓰인다. 이들 의약품은 마약성 진통제로 중독 위험성이 강하며 과다 투여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미국 중독의약협회(ASAM)에 따르면 각종 진통제 과다 투여·복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2014년 1만9000명에 달했다. 지난 4월 숨진 ‘팝의 전설’ 프린스의 사인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과잉 투여 때문이었다.
문제는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이 없었다는 점이다. 유일한 대안은 처방과 사용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의사들에게 해당 의약품의 처방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 연구팀은 모르핀과 유사하지만 중독성이 없는 새로운 진통제를 만들어냈다. 마약성 진통제는 우리 몸 전체에서 발견되는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해 통증을 완화해준다. 이때 뇌에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쏟아져 들어오고 도파민은 뇌의 보상시스템을 자극하게 된다.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도파민 수치가 높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같은 양의 도파민을 얻기 위해선 더 많은 진통제가 필요한 상황이 된다. 과다 복용의 부작용이 커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분석해 PZM21을 만들어냈다. 수용체의 크리스털 구조를 분석한 뒤 여기에 결합할 수 있는 화합물을 설계해 연구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자물쇠를 연구한 뒤 여기에 맞는 열쇠를 만든 셈이다. 부작용은 줄이고 원하는 효과만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이 만들어낸 PZM21은 기존 마약성 진통제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한다. 연구팀의 일원인 독일 에를라겐뉘른베르크대 페터 그마이너 교수는 “PZM21은 도파민 과잉분비를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 중독 위험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실험쥐에 PZM21을 투여한 결과 실험쥐들에서는 중독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약성 진통제 투여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인 변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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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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