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은 이성진 씨(38·자영업)는 요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도 있고 해서 고지서를 한번 찬찬히 들여다 봤다. 그러자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항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전력기금’이다.
지난달 4만원 전기료를 냈던 이씨는 이달에는 무려 12만원의 ‘요금폭탄’을 맞았다. 전력기금 역시 1480원이었던 게 이번 달엔 4440원으로 2배 이상 더 나왔다. 이씨는 “부가세 10%야 당연히 내는 세금이지만 전력기금은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돈인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누진제로 허덕이고 있는데 전력기금마저 부담을 늘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서 폭발한 ‘전기료 민심’이 이번엔 전력기금으로 튀고 있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살펴보면 전력기금 항목이 눈에 띈다. 전력기금의 정식이름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일종의 준조세에 해당한다.
3.7%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진제가 적용돼 전기료 폭탄을 맞게 되면 전력기금 부담액도 크게 뛴다. 예를 들어 한달 전기를 350kWh를 쓰면 전력기금은 전기요금과 부가세(10%)를 합친 5만5330원의 3.7%에 해당하는 2040원을 내면 되지만 여름철에 에어컨을 많이 틀어 전력사용량이 600kWh로 늘었다고 하면 전력기금도 7070원으로 껑충 뛴다
문제는 정부가 전력기금을 쌓아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 있다. 전력기금은 원래 원자력발전소 등 발전소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에 쓰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2014년 기준 지자체가 한전으로부터 기금을 받고도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은 ‘눈먼 돈’이 2160억원이나 됐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력기금 여유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조3980억원이나 된다. 정부가 발표한 여름철 누진제 한시적 완화에 들어가는 재원(4200억원)의 6배에 육박한다. 여기에 전기요금 상승과 사용량 증가로 2013년 1조8275억원이 걷혔던 게 지난해 2조1440억원으로 17.4%나 늘었다. 전력기금은 정부가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해 매년 2000억~3000억원을 적립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력기금이 매년 여유가 생기는 만큼 전력기금 부담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력기금 부담률을 현행 3.7%에서 0.5%포인트 내리면 국민 부담(2014년 기준)은 2826억원이 경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포인트를 내려 2.7%가 되면 5652억원 줄어들고, 1.7%포인트 하향 조정해 2.0%로 조정하면 8888억원이나 경감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에 나서기로 한 만큼 전력기금을 누진제 개선을 위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김진우 연세대 글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력기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보니 국정감사 때마다 질타를 받고 있다”며 “누진제 개선 등 서민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는데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