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유통 노하우와 이마트의 상품 공급역량을 총동원한 신개념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선보인다. ‘세상에 없던 쇼핑몰’을 꿈꾸는 정 부회장이 처음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프리미엄 슈퍼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특히 신세계는 기존 딱딱한 이미지의 프리미엄 슈퍼들과는 달리 재래시장을 접목한 새로운 컨셉의 프리미엄 슈퍼를 론칭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다음달 9일 문을 여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새로운 컨셉의 프리미엄 슈퍼인 ‘PK 마켓’을 오픈할 예정이다. ‘정용진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스타필드 하남에 들어서는 8개 전문점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 지하 1층에 1000평 규모로 신선식품은 물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PK마켓이 들어서게 된다”며 “정 부회장이 프리미엄 슈퍼와 관련해 그동안 고심했던 고민과 철학이 모두 담긴 만큼 기존 매장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매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PK마켓은 유통 라이벌인 롯데의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물론 정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SSG푸드마켓’과도 완전히 다른 컨셉의 프리미엄 슈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PK마켓은 프리미엄 슈퍼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추구한다. 최고급 식재료를 판매하지만 마켓의 분위기는 재래시장과 흡사하게 꾸민 것이다. 이는 정용진 부회장이 “정형화되고 고급스럽기만 한 기존의 프리미엄 슈퍼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총각네 야채가게 같은 분위기에서 최고급 식재료를 파는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PK마켓을 동네 단골 과일가게, 정육점에 들른 것처럼 고객들에게 인간미와 재미를 제공하는 매장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산물 코너의 경우 품질이 좋은 생선들을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정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진열하고 즉석에서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손질해 포장해준다. 과일들도 백화점처럼 일일이 포장돼있는 형태가 아니라 과일 고유의 색상과 풍미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벌크 형태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직원들의 복장도 기존 프리미엄 슈퍼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PK마켓 직원들은 딱딱한 유니폼 형식의 근무복 대신 청바지와 녹색 폴로셔츠를 입는다. 여기에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앞치마와 헌팅캡도 착용하게 된다. 신현우 PK마켓 점장은 “ 단골 가게 아저씨처럼 친근감 있게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채택해 고객들이 슈퍼에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에 길거리 음식이 빠질 수 없다. PK마켓은 먹거리 코너에도 공을 들여 전체 매장 면적의 40%를 글로벌 즉석 음식 코너로 구성했다. 스페인부터 홍콩, 대만, 베트남 등 동서양 11개 대표 맛집으로 구성된 ‘글로벌 야시장 먹거리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 요리인 ‘빠에야’에서부터 대만식 전병인 총좌빙, 정통 웨스턴 바베큐, 베트남 쌀국수 등이 미각을 자극한다.
또한 PK마켓에는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직매입 노하우와 상품 해외소싱 능력이 모두 투입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식재료 직매입을 통해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기존 프리미엄 슈퍼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1만개에 달하는 상품 중 40%를 해외 우수 상품으로 채울 예정이다. 수입맥주의 경우 최대 규모인 370여종의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최초로 오키나와현, 나가노현 등 일본 지역 맥주를 판매한다. 프레미르, 라투랑겔 오일 등 스토리와 디자인이 뛰어난 수입 오일은 물론 유명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한정 수량의 올리브 오일 존을 단독으로 운영한다. 홋카이도 소스, 나파밸리 소스 등 해외 각 지역을 대표하는 글로벌 소스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신 점장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직구로 사야만 했던 유명 상품들을 PK마켓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가장 핫한 상품들을 꾸준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스타필드 하남에 PK마켓 1호점을 오픈한 후 고객들의 반응과 시장상황을 파악해 추후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 내에서 남매간 프리미엄 슈퍼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남매간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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