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로 전화위복'…삼성 품질경영
↑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 사진=MBN |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250만대를 전량 리콜하는 초강수로 대응한 것은 20여년 전부터 이어져온 엄격한 품질경영의 전통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오늘 4일 삼성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대규모 리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9년 10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지펠 냉장고 폭발로 주택 다용도실 유리문과 창문 등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리콜이 이뤄졌습니다.
삼성은 자사 가전제품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특정기간에 국내에서 제조·판매된 양문형 냉장고 21만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했습니다.
당시 국내 백색 가전업계의 리콜로는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어 냉매 파이프의 서리를 제거하는 히터에 열이 발생한 일부 제품에 대해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도 리콜이 이뤄졌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리콜의 뿌리는 훨씬 더 이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성의 품질경영을 촉발하게 된 시발점은 1993년 6월 초 이건희 회장에게 전달된 삼성 사내방송팀의 30분짜리 비디오테이프였습니다.
이 테이프에는 세탁기 생산라인 직원들이 규격이 제대로 맞지 않아 조립할 때 세탁기 뚜껑이 잘 닫히지 않자 플라스틱 재질인 뚜껑 접촉면 일부를 칼로 깎아낸 뒤 본체에 붙이는 장면이 여과없이 담겼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뚜껑을 다시 설계해서 제작해야 했지만 직원들이 플라스틱 겉면만 깎아낸 불량품을 별 생각없이 조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회장은 불같이 화를 내며 임원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모았습니다.
그해에 나온 신경영 선언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1994년 삼성전자는 야심차게 무선전화를 출시했습니다.
당시엔 휴대전화가 아니라 무선전화로 불렸고 애니콜 초기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모델이었던 탓에 제품 불량률이 11.8%에 달했습니다.
이 회장이 지인들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는데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이듬해 1월 불량품을 모조리 수거해 새 제품으로 바꿔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전 신문에 불량제품을 교환해주겠다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수거된 불량 무선전화 15만대를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당시 시가로 500억원어치에 해당하는 물량이었습니다.
임직원 2천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선전화를 해머와 불도저로 산산조각냈습니다.
이어 부서진 무선전화기를 불에 태우는 화형식을 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무선부문 이사였던 이기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혼이 깃든 제품이 불구덩이 속에서 타들어가는 걸 현장에서 지켜보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이 사건 직후 시작된 품질개선 노력은 그해 8월 애니콜이 모토로라를
한편, 삼성전자가 이번 리콜 조치를 통해 회수하는 갤럭시노트7 물량의 처리 방안으로는 불량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재활용, 신흥시장 공급용 리퍼폰 제조, 이상 유무와 상관없이 전량 폐기처분 등 세 가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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