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인 ‘쭉바익’ 거리. 한국산 소주 ‘참이슬’ 모형 전등이 초록빛을 발산하는 대형 포장마차에서 현지인들이 소주를 ‘원샷(one shot)’으로 들이켜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족발과 구운닭, 치킨샐러드, 새우꼬치 등 안주가 놓여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소주를 마시고 싶어 찾아온 베트남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곳은 ‘하이트진로 소주클럽’. 지난 3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한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날 오픈한 팝업 스토어다. 회사측은 베트남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산층 젊은이들에게 한국 주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오는 11월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을 전진 기지로 삼아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김인규 대표는 지난달 29일 하노이에서 ‘글로벌 비전 2024’ 선포식을 열고 2024년(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까지 전세계 수출액 53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진로(소주)와 하이트(맥주)를 중심으로 맞춤형 시장 공략을 추진하겠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 채널을 강화해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단추는 베트남이다. 다행히 베트남은 알코올 함량이 높은 고도주 원샷 문화가 형성돼 있어 한국 소주의 진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위스키처럼 포장지로 병마개를 감싸는 쉬링크(shrink) 공정을 적용해 알코올 19.9%를 함유한 베트남 전용 ‘참이슬 클래식’을 선보였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증류주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지만 2020년까지 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현재 베트남 증류주 시장은 900만 상자(360ℓ) 규모로 최근 5년간 17%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좀 더 친근하게 한국 주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음달부터 베트남 국영방송국 VTV에서 방영되는 한국-베트남 공동제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2’에 자사 소주 ‘진로24’와 참이슬을 간접광고로 노출시키기로 했다. 한국 배우 강태오와 베트남 최고 여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다. 지난해에는 태국 현지 파트너인 ‘분럿그룹’이 프로모션 일환으로 진로걸그룹 ‘JRGG’을 데뷔시켜 활동하고 있다. 회사측은 캄보디아에서도 연내 안테나숍을 오픈하고 TV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한국의 ‘소맥(소주+맥주)’ 음주 문화를 전파해 소주와 더불어 맥주 수출도 늘릴 계획이다. 칵테일 바를 오픈하고 소맥자격증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로열티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내년에는 자사 주류를 전용 판매하는 한국식 프랜차이즈 식당 ‘진로포차’(가칭)를 론칭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2020년까지 이 식당을 10개로 확대해 지속적인 브랜드 홍보와 판매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하이트진로의 동남아시아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31.6% 늘어난 1705만 달러(약 190억 원)가 예상된다. 2011년 265달러(29억원)를 기록한 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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