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채용게시판에서 공고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 매경DB] |
◆“경력을 찾는 게 아니고 경험을 찾는다는 걸 잊지 마세요”
사전에 입사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인터뷰를 벌인 결과 가장 많은 질문이자 볼멘소리는 자소서 직무적합성 항목에서 나왔다. ‘해보려고 (회사에) 들어가려는 거지,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아냐?’는 식의 항변도 있었다. 이에 대해 A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경력직을 뽑는 게 아니다. 업무를 해 본 경력을 찾는 게 아니라 업무와 유사한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 경험을 기술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신입사원 채용은 직무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직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정보를 찾아냈는지부터 시작한다”며 “해당 업무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이 업무가 뭐라고 스스로 판단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사전 지식과 본인만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기업 인사담당자 역시 “‘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꿰고 있다’ 식의 정보 나열은 필요없다”며 “얼마나 적극성을 갖고 우리 기업에 대해 알려고 했는지를 드러낼 10~20%만의 핵심 정보를 갖고 나머지는 자신의 경험과 주장을 펼쳐나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근 채용박람회가 활발한데다 기업 홈페이지 등을 통해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는 만큼 최대한 이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C기업 인사담당자는 “무작정 회사로 전화해서 회사 업무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적극성은 박수받을 만하지만 곤란할 때도 있다”며 “‘해당 기업 공시를 어디서 확인하냐’는 문의 전화를 받기도 하는데 조금만 검색하면 나오는 질문은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별로 채용관 같은 채용 관련 행사를 적극 챙겨라”고 조언했다.
자소서를 정말 전부 읽어보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반반씩 입장이 갈렸다. ‘키워드 필터링(학교 등 단어 몇 개를 검색해 제외해나가는 방식)’은 없다는 데 모두 동의했지만, 자격미달자를 사전에 거른다는 곳과 현직 실무자를 동원해 전부 읽는다는 곳이 나뉘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재계 상위권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다수 속해 인사 담당자끼리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C기업 인사 담당자는 “지원조건에 부합하는 이력서와 자소서는 개인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한 뒤 전부 읽는다”고 강조했다. D기업 담당자 역시 “졸업자 신분이어야 하는데 대학교 1,2학년이 경험을 위해 쓴다거나 특수한 자격증을 요하는데 자격증 없이 지원하면 당연히 자소서도 보기 전에 거르지만 요건에 부합하면 전부 읽는다”면서 “다만 자소서 항목을 전부 읽지는 않고, 처음부터 읽어내려가다 ‘아니다’싶으면 제끼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E기업 인사 담당자 역시 “2차 대상자를 5000명으로 제한한다면 5000명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 걸러내기 때문에 합격자들의 자소서는 실무자를 포함해 인사 담당자끼리 수십번은 읽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자소설’ 통할까?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사실상 남녀 간 채용비율이 정해져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회사간 답이 나뉘었다. ‘그런 것 없다’고 딱 잘라 대답한 기업이 절반이었던 반면 C기업 인사 담당자는 “사전에 현업 부서에서 인사팀에 요구해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영업팀은 ‘남자가 일하기 편하다’는 식이다. 대부분 군대식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라며 “인사팀에서는 성별 비율을 맞추기 위해 아예 소수 비율을 만들어 놓는다. 영업에는 여성, 마케팅에는 남성이 일정 비율 뽑히도록 정해둔다. 채용 과정에서 안 지켜지더라도 신입사원 교육 후 부서 발령에서라도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귀뜸했다.
F기업 인사 담당자는 “처음부터 정해놓지는 않지만 올해 여성이 많이 뽑혔다면 내년에는 남성을 좀 더 많이 뽑아야 겠다는 식은 존재한다”며 “서류화돼 있진 않지만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기도 한다. 솔직히 비율을 정해놓지 않으면 자소서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다들 고스펙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여성 지원자의 언어 구사력이 자소서부터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G기업 인사 담당자는 “우리의 경우 여성 비율이 적어 오히려 여성 채용 비율을 40%까지는 맞추려고 한다”며 “특히 여성 임원은 정기 인사 때마다 이슈가 되고 언론 보도도 많이 되기 때문에 좋은 여성 인력을 뽑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소설(자기소개서를 소설처럼 허구를 가미해 작성한다는 의미)’, ‘뻥튀기’ 등이 자소서에서 통할까라는 물음에는 “남들 하는 만큼은 하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G기업 인사 담당자는 “솔직한 게 최고의 미덕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입사 과정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일단 이력서와 자소서는 포장돼 있단 것을 알고 있다. 면접에서 들키거나 너무 요란할 정도는 곤란하지만 포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H기업 인사 담당자도 “경쟁자들은 다 중무장했는데 혼자 장전 안 하고 나왔다간 전쟁터에서 총 맞기 쉽상”이라며 “다만 경험을 너무 부풀리거나 허위 기재해 불합격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니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기업 인사 담당자는 “술자리에서 들은 친구의 경험을 자소서에 녹인 친구도 있다. 그 친구의 얘기인 것처럼 읽었는데 자소서 마지막 부분에 ‘사실 친구의 이야기며 이를 듣고 자신은 어떻게 해나갈지를 각오를 다졌다’는 내용이었다”며 “거의 소설의 액자식 구성 아닌가. 문체가 좋아 다 읽었지만 조금은 어이가 없었는데 인사 담당자끼리 회자가 많이 됐다. 결과는? 서류는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엄하신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 식의 틀에 박힌 자소서는 많이 줄고, 이력서는 스펙으로 더욱 화려해졌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이다연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