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홈쇼핑 연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빅 카테고리’인데다 가을부터는 의류 단가가 크게 상승하고 방송 비중도 늘어 ‘특수’에 들어서는 만큼 홈쇼핑 업체들은 패션 부문 신장세를 기반으로 상반기 부진했던 실적을 하반기에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12일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디자이너 브랜드 유치를 비롯해 유명인과의 협업에 주력한다. 계열사인 한섬과의 협력도 강화해 올 하반기에만 패션 브랜드 20여개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이 FW 시즌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이유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4개월 동안 연간 패션 매출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한 해 패션 실적이 하반기에 몰리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패션 이미지가 강한 만큼 매출을 끌어올리면서 20~30대 젊은 소비자 비중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올 가을은 블라우스가 대세다. 지난해 슬럽티셔츠, 면 저지셔츠 등 편안한 스타일이 유행했던 반면 올 가을에는 편안하면서도 스타일을 갖춘 블라우스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정구호 디자이너와 손잡고 새롭게 선보인 ‘J BY’를 필두로 프리미엄 패션을 이끌 방침이다. 첫 론칭 방송에서 40억원의 높은 매출을 올린 J BY는 차분한 색상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젊은층의 매출 비중이 특히 높았다. 올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벽돌색이 섞인 버건디와 네이비, 그레이가 섞인 카키 등을 적절히 활용한 점도 주효했다. 레이스와 장식 보다는 선을 이용하는 정 디자이너만의 특징을 잘살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태리 브랜드인 마르엘라 로사티도 홈쇼핑 프리미엄 패션에 합류했다. 배우 김혜수가 모델인 마르엘라 로사티는 이번 시즌 남색, 흰색, 카키, 스트라이프 등 블라우스 4종을 선보였다. 옆트임으로 다리가 길어보이는 동시에 외투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내어 입을 수 있고 히든 버튼도 장착했다. 이 외에도 와이드팬츠, 부츠컷 팬츠가 유행하면서 블랙, 그레이, 버건디 3종의 컴포트 아트핏 팬츠도 내놨다. 올 가을 유행하는 색상인데다 무릎부터 살짝 퍼지는 세미벨보텀(세미부츠컷) 디자인으로 정장과 캐주얼 스타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가을에는 와인, 네이비, 카키가 유행이지만 올 가을에는 이보다 더 색감이 깊은 버건디, 딥네이비, 블랙이 인기”라며 “신규 브랜드를 내세워 유행에 맞춘 발빠른 전략으로 패션 부문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올 가을 여성들이 남성지향적인 의상을 즐기는 ‘앤드로지너스룩’가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티블라우스, 와이드팬츠, 팬츠수트를 대거 선보인다. 다니엘에스떼, 조르쥬레쉬 같은 롯데홈쇼핑 단독 브랜드들이 FW시즌 첫 제품으로 티블라우스를 대거 내놨다. 티블라우스는 티셔츠와 블라우스를 혼합한 제품으로 착용감이 편하면서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배우 이보영을 모델로 내세운 다니엘에스떼의 꾸뛰르 코튼100 티블라우스는 브라운, 블랙, 그레이 3가지 색상에 지그재그 스티치와 금속링을 더했다. 론칭 방송에서만 1만3000개 이상 팔려 주문금액 기준 9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조르쥬레쉬의 블라우스 3종도 지난 18일 첫 방송에서 60분 동안 5500개 이상 팔렸다. 지난 1일에 론칭한 르꼴레뜨 티블라우스도 와인, 네이비, 그레이, 브라운, 아이보리 등 6가지 색상의 블라우스를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총 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하의를 한 색상으로 통일한 팬츠 수트도 인기다. 재킷, 바지, 블라우스를 10만~20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어 최근 일주일동안 ‘많이 본 방송 순위’와 여성의류 판매량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조르쥬레쉬의 드레이프 수트는 한 번의 방송으로만 3000여개가 팔려나갔고 지난 1일 처음으로 선보인 백화점 입점 브랜드 오조크의 펜시수트도 핑크, 스트라이프 디자인, 투버튼 타입 등 이색적인 디자인을 내세워 4100세트 넘게 팔면서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와이드팬츠와 A라인의 블라우스 등을 선보인 라포프 프리미에르 세트도 9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4년부터 5개의 단독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올 상반기에만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패션 매출 중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단독 패션 브랜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 하반기에는 고급스러움을 내세운 LBL(Life Better Life)을 론칭하고 고급화 전략에 나선다. 캐시미어 니트를 무봉제 기법으로 제작하는 등 최고급 소재와 편직기술을 사용한 것이 특징으로 주요 소비자를 40~50대에서 30~40대로 끌어올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패션부문 매출이 크게 뛰면서 이달 들어 패션이 TV홈쇼핑 전체 카테고리 중 35% 이상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패션을 내세우는 신규 브랜드 론칭을 늘리고 가을 신상품을 위주로 집중 편성해 패션 트렌트 채널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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