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 받아보니…할인금액 넘어서는 고금리 '함정'
매일경제신문이 수도권 소재 수입차 딜러들에게 주요 모델에 대한 견적을 복수로 받아본 결과, 신차 할인폭이 크더라도 할부금리가 높아 실제로는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같은 차종이라도 딜러에 따라 할부금리는 2~3%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가격이 8170만원인 랜드로버 이보크 2.0에 대해 A딜러는 400만원, B딜러는 550만원의 가격 할인를 제시했다. 단순 견적가격만 놓고 보면 B딜러에게 차를 사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1000만원 선수금에 36개월 할부’라는 가장 흔한 수입차 구매조건을 적용하면 결과가 뒤바뀐다. A딜러는 할부금리를 5.30% 부른데 반해, 할인을 많이 해준 B딜러는 7.45%의 고금리를 매겼기 때문이다. A딜러에게 차를 사면 3년간 매달 203만8200원을 내야하고, B딜러에게 구매할 경우엔 205만7800원을 내야한다. 선수금을 합쳐 소비자가 3년동안 내야하는 총 금액은 A딜러에게 8337만5200원, B딜러에게 8408만800원이다. A딜러가 B딜러보다 150만원이나 더 싸게 차를 팔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70만원 더 많이 차값을 받는 셈이다.
벤츠 C200, BMW 5시리즈, 렉서스 ES 350, 포드 익스플로러 등 인기 수입차 모델에 대한 견적 비교 결과, 100만원 더 싸게 신차가격을 불렀던 딜러들이 고금리를 적용해 실제로는 39만~82만원 정도 비싼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차 딜러들은 5% 중반에서 10% 사이의 금리로 리스나 장기렌탈 같은 금융상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딜러들은 캐피탈사로부터 5%대 금리로 할부자금을 들여와, 그 이상의 금리는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서울 강남 소재 한 수입차 딜러는 “현재 국내 캐피탈사들은 5.0~5.8% 정도의 내부수익률(IRR)로 자금을 공급하는데 그 이상의 할부 금리는 딜러가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며 “같은 차를 팔더라도 오토금융을 잘 모르거나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할부금리를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최근 수입차 판매 경쟁이 과열되면서 딜러들이 큰 할인폭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할부 금리를 많이 얹는 식의 변칙영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車 최저가•금리 매칭 견적서비스 겟차, 카누 등 인기
고무줄 같은 수입차 가격에 불만이 높아지면서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주는 신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수의 딜러들에게 온라인으로 견적을 받아 최저 차량을 고르고, 캐피탈사들도 최저 금리를 경매식으로 골라 매치해주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으로 차를 사는 애플리케이션인 ‘겟차(GETCHA)’는 “가장 싸게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6월 한달간 100대 가까운 신차판매를 중개했다. 왠만한 강남의 수입차 딜러와 맞먹는 판매량이다. 값비싼 수입차를 스마트폰 앱으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건, 기존 딜러보다 10% 이상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금싸라기 땅에 신차를 전시하는 쇼룸을 짓거나 수십명의 영업직원을 둘 필요가 없어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싼 물건과 금리를 자동적으로 매칭해주는 프로세스의 전환이 가장 큰 무기다. 실제로 2억원을 호가하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경우 겟차와 오프라인 딜러 사이에 1800만원이나 차이가 나기도 했다.
정유철 겟차 대표는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해 1년을 막 넘긴 스타트업이 서비스
SK엔카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폰 앱인 카누(CARNU)도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점을 토대로 가격에 민감한 수입차 구매자들에게 인지도를 키워가고 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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