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하는 문제를 두고 추석 연휴동안 긴급 이사회까지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19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한공은 전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 기존의 지원안 대신 매출채권(외상 판매대금)을 담보로 하는 한진해운 지원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진해운 사태를 질타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매우 미흡했다”며 “해운이 마비되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국내 수출입 기업에 큰 손실을 줬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당초 지난 10일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잡으려면 해외 선사와 금융사 등 주주들의 추가적인 동의가 필요하고, 특히 지분 46%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스위스 해운사 MSC가 콜옵션을 포기해야 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이번 긴급 이사회에서 한진해운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4시간 넘게 회의를 이어갔다. 이사회는 곧 속개할 예정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한진그룹은 추가적인 사재 출연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00억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100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한진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재출연을 완료한 만큼 추가로 담보를 설정하면 대한항공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동안 이어질 물류대란이다. 정부 발표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 보유의 컨테이너선 97척 중 하역을 마친 선박은 28척에 불과하다. 하역 작업을 하지 못해 바다에 대기 중이거나 가압류에 들어간 관리대상 선박은 34척이며 나머지 35척은 국내 항구로 복귀해 하역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이 해외 선주에게 선박을 돌려주는 반선도 늘어나고 있다. 컨테이너선 17척, 벌크선 17척 등 총 34척이 반선을 끝냈거나 예정돼 있다.
한진해운의 선대 축소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37척 중 22척은 매각하고 용선 중
한진해운은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 멕시코 등에서 하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추가적인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하역 작업을 속개한다는 방침이지만 하역 비용이 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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