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사회를 ‘저결실 사회’로 몰아가고 있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정치권, 관료, 이익집단으로 이뤄진 이른바 ‘철의 삼각동맹’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사회 각 부문의 투자수익률(ROI)이 저하를 통해 경제 성장률 악화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선 세종시라는 섬에 갖힌 관료들은 입법·행정의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 있다. 당장 세종시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비용만도 연간 230억원에 달하는 상황. 연간 118만명에 달하는 민원인들이 세종시 공무원을 만나기 위해 지불하는 교통비용은 992억원에 달한다.
국민과의 ‘접점’ 기능이 약화되면서 급증하는 사회적 비용은 더 큰 문제다. 정부 부처의 70%가 세종시로 호적을 옮긴 지 만 4년을 넘으면서 야성(野性)을 잃은 관료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미세먼지 대책,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대책, 해운·조선산업의 구조조정, 세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여론의 행간을 읽지 못한 채 옆길로 샜다. 한국능률협회는 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정부 정책 품질 저하 등 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비용도 매해 4조6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제조업의 한국경제 성장 기여도가 급락하는 가운데, 신성장동력이 돼야 할 서비스업도 ‘삼각동맹’의 이권다툼에 발이 묶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경제성장 기여도는 1970년대 3.5%포인트에서 최근 5년간 1.4%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도 1.7%포인트 수준에 묶여있다.
당장 기본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부터가 19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20대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 법안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 5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 등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의료 민영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렸다.
서비스업 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규제 완화의 경우 이익집단들의 반발과 정부의 조정능력 부재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장 미래 서비스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들은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일본에서는 이미 20년전인 1997년 도입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는 아직도 의료계의 반발과 눈치만 보는 보건당국에 치여 시범사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으로 병상이 10% 늘어날 경우 일자리 1만9000개가 증가한다는 보고서가 나와있지만, 영리병원에 대한 반발에 부딪혀 관련법 개정이 10년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의료수출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조차도 민영화 굴레를 씌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비롯한 IT에 대한 각종 규제에 묶인 핀테크도 제자리 걸음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은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한 야당의 반대로 인해 19대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상임위 통과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영업 시간·장소를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영세상인 보호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채 규제만능주의의 대표 사례라는 비판만 받고 있다. 정작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에는 소홀한 채 ‘하향평준화’에 치중해 오히려 유통업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장경쟁을 인위적으로 억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모든 종류의 책에 대해 정가 10%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도록 한 도서정가제도 성장활력을 저해하고 있다.
통신비 절감 목적으로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은 당초 기대한 공정경쟁 체제 구축에 따른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 대신 대리점과 판매점의 변칙적인 마케팅을 늘리고,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책값의 과열인하 경쟁으로 출판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가격할인에 제한을 둔 도서정가제 역시 오히려 출판시장을 위축시키고, 중고책 시장만 활성화하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한 노동개혁 법안들은 대기업 노조과 야권의 반발에 밀려 제자리 걸음 신세다. 2007년 7월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비정규직 고용 남발을 억제하고 나섰지만 정규직과의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비정규직의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기간제법’과 고령자나 전문직 파견을 확대하기 위한 ‘파견법’ 등 노동개혁 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과 관련단체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양금승 한국경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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