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벨 과학상 발표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인의 수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한국인의 노벨 과학상 수상. 정작 학계에서는 향후 10~15년 동안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노벨 과학상 발표 시기만 되면 정치권에서는 “왜 노벨상을 받지 못하느냐”며 정부를 질타한다. 국민들은 아쉬운 한숨을 쉬고, 정부는 “잘하겠다”는 말을 반복한다.
한국 기초과학을 이끌어온 두 사람이 만났다. 금종해 고등과학원 교수와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고등과학원 양자정보과학 석좌교수). 두 사람은 고등과학원 개원 20주년(27일)을 앞둔 지난 20일, 고등과학원에서 만나 한국 기초과학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 모두 ‘노벨’을 외쳤다. ‘노(No)’와 ‘벨(Bell)’, 과학자들을 너무 부르지 말라는 얘기다.
1960~70년대, 당시 학생들은 취직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화학과와 물리학과 입학점수가 의대보다 높던 시절이다. 취직이 어려워지면서 수학을 제외한 기초과학은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의 기초과학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금 교수는 “70년대, 국내에서 저명한 국제 수학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1건 정도였다”며 “지금은 국제학술지에 매년 한국 과학자들의 논문이 1000편 가량 게재된다”고 말했다. 수치로만 따지면 세계 10위권이다. 특히 고등과학원은 수학 분야에서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의 우수 대학을 앞지르며 지난 20년간 한국 수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기초과학 발전을 양적으로만 가늠할 수 있을까. 기초과학 강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 교수 생활을 해온 김 교수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영국 시골에서 만난 배관공과 과학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또한 집주인이 의사였는데 물리와 관련된 여러가지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 태도가 기초과학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금 교수도 동의했다. 금 교수는 “한국에서 과학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한단계 도약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금 교수는 “한국 학생의 수학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문제풀이, 요령 위주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자가 공을 잘 치려면 자세부터 배워야 하는데 “직구와 변화구는 이렇게 쳐라”부터 가르친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인 노벨 과학상 수상이 빠른 시간 내에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이집트, 파키스탄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지만 우리의 과학수준이 그 나라보다 못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며 “노벨상에 너무 목을 매는 것은 낭비”라고 말했다. 금 교수도 “미국 일본 영국 모두 18세기부터 기초과학을 연구하며 쌓은 연륜이 있다”며 “차분하고 조용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초과학이 세계 10위권에서 1~3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정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자의 성과를 평가할 때 지금처럼 획일적인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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