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불황이 깊어지며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감원 칼바람이 휘몰아 친 조선·해운 업종 등에선 신입 직원 선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하반기 공채 대신 사업본부별 필수 인력만 일부 채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1000여명씩 신규 인력을 꾸준히 수혈했지만 구조조정 여파로 하반기 공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대형 조선사도 아예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같은 채용 냉기는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16년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48.6%는 올해 신규 채용(신입·경력 포함)을 지난해보다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신규채용을 줄일 것이란 답변이 지난해 조사 때는35.8%였다. 1년만에 12.8%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신규 채용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40.0%였고, 머릿수를 늘릴 것이라는 기업은 11.4%에 그쳤다.
기업 중 신규 채용을 줄이는 곳들의 절반 이상(52.0%)은 그 이유로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손꼽았다.
회사 내부 상황이 어려워 신규채용 여력이 줄었다는 응답(32.4%)도 많았다. 정년연장으로 퇴직자가 줄어 일자리가 부족해졌다는 기업은 9.8%로 그 뒤를 이었다.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 경기 둔화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 국내외 경기 난제가 겹치면서 취업시장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졸 신입 채용 시장의 냉기가 가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졸 신입 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일 것이라는 기업이 44.3%로 절반에 육박했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업도 45.2%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대졸 신입을 늘릴 것이라는 기업은 10.5%에 머물렀다.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도입했다’(62.9%), ‘도입할 계획이 있다’(21.0%), ‘도입 계획이 없다’(16.1%) 순으로 반응을 보였다.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노조와의 합의가 어려움’(32.4%),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임금피크제 불필요’(26.5%), ‘직무전환 등 인사관리의 어려움’(17.6%) 등을 꼽았다.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적용 시작 나이는 평균 56.7세로 조사됐다.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상생고용지원금 제도는 약발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85.2%는 상생고용지원금제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신청 절차 중(8.6%)이거나 이용한 적이 있다(6.2%)는 답변은 매우 적었다.
대기업 상당수(31.3%)는 상생고용지원금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자격요건·관리절차가 복잡해 신청을 포기했다’(31.3%)는 반응을 보였다. ‘임금피크제 도입 또는 임금체계 개편을 하지 못해서’(27.4%), ‘지원금이 적어 신규채용을 늘리기 어려워서’(15.6%), ‘제도가 실시 중인 것을 몰라서’(14.0%) 등의 답변도 나왔다.
이번 조사는 전경련이 지난달 16일부터 1일까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를 대상으로 조사해 2
송원근 본부장은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 또는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하고, 정부는 상생고용지원금과 같은 청년고용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청년 일자리를 늘리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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