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 대학을 졸업한 A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3년전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극심한 구직난을 겪는 선배들을 보며 일찍부터 스펙을 관리해야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A군은 “준비기간이 길었던만큼 아무 직장이나 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준비기간은 더 늘어나는데도 대기업의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다. 결국 상반기 취업 시장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A씨는 9월부터 시작된 하반기 공채시장에 재도전 중이다.
이런 가운데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이어가는 이른바 ‘장기실업자’가 IMF외환위기 충격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했던 1999년 이후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취업 재수’를 하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최근 산업·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들어 장기 취업준비자들이 누적된 영향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인구가 18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 2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월 대학졸업자들 가운데 상반기에 취업하지 못한 학생들이 누적되면서 6개월 이상 구직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업준비자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8월 기준으로 장기실업자 수는 1999년 27만 400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1년 5만 8000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음해부터 다시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달 증가폭은 ‘역대급’이다. 작년 8월 장기실업자는 재작년에 비해 2만 8000명, 재작년은 앞선 해에 비해 1만 7000명 증가한 데 그쳤다. 지난달에 장기실업자 수가 전년대비 6만 2000명 급증한 것은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높은 수치다.
장기실업자 증가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3월 이후 본격화된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이 반영되면 이 수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조선업 실업자 가운데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오랜기간 구직활동을 하기보다 눈을 낮춰 빨리 취업하기 때문에 장기실업자 추세에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20대 청년층의 구직활동 증가가 장기실업자 수와 전체 실업률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연초부터 구직활동을 일찍 시작하는 20대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취업률은 이를 따라주지 못해 장기실업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졸자들이 월급이 많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데 대졸 공채가 예년보다 줄어든 탓도 장기 실업자 증가에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금격차가 실업률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기업의 월 평균 임금은 515만원으로 중소기업(317만원) 보다 198만원 많았다.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이 대기업의 61.6%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62% 보다 0.4%포인트 임금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기업-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일본이 2014년 기준 72.9%, 미국이 2013년 기준 75.7%로, 우리나라가 훨씬 상황이 좋지 않다.
한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 제3기 민간위원단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대로는 안된다. 지금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교육시스템으로는 더이상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앞으로 4대 부문 구조개혁과 산업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개혁입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경직적 노동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노동개혁,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개혁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개혁특별법 제정 등 미래 신
[조시영 기자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