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신규 시내 면세점 입찰 신청 마감을 앞두고 면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해 면세 사업권 쟁탈전에서 패해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로서는 이번에 반드시 사업권을 되찾겠다는 각오이지만 현대백화점이 면세업 진출을 적극 노리고 있는데다 면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도 참여를 기정사실화한 만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면세 경쟁이 한껏 달아오를 전망이다.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제안서 접수 마감일인 다음달 4일을 열흘 앞둔 23일 면세 업체들은 사실상 다음주부터 희망 기업들의 신청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사전 작업이 한창이다. 물밑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다음달 4일에서야 신청이 대거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강북, 강남, 여의도 등 두루 포진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 예상 부지가 올해에는 강남에 집중됐다.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의 재기를 노리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부지로 정해놓은 상태다. HDC신라와 신세계HD는 함구하고 있지만 면세 업계는 HDC신라의 경우 서울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타워가, 신세계DF의 경우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부지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세계DF의 경우 강남점 외에도 2곳 정도의 부지를 추가로 검토 중이지만 모두 강남권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운영 중인 서울 시내 면세점 9곳 중 여의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강남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7곳은 모두 강북에 쏠려 있다. 관세청은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4장 중 3장은 대기업에, 나머지 1장은 중소·중견기업에 준다. 따라서 이번에는 중소·중견 면세점을 포함해 2~3곳의 신규 면세점이 강남에 세워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연매출 6000억원대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폐점으로 강남권 면세 시장이 사실상 공백인 만큼 면세점이 집중된 강북보다는 신규 진입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에 따라 지역적으로만 본다면 적어도 한 군데는 강남 이외의 지역에 면세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을 부지로 둔 SK네트웍스의 경쟁자는 사실상 강남 이외 지역을 부지로 선정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강북에 몰린 신규 면세점들 일부가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격전지로 강남이 떠오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며 “다만 고른 지역 성장을 내세우는 정부로서는 강남 외 지역도 적어도 한 군데 정도 선정할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이미 장기간 면세사업을 운영해온 경험이 있어 이번에 신규 사업권을 받더라도 신생 면세점이 받는 매출 부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재했지만 이번에는 총수 일가인 최신원 대표가 새로 부임해 면세점 입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SK네트웍스는 이미 지난해 1000억원을 들여 재단장을 완료하고 지역 사회에 연계해 면세 사업 탈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중곡제일시장과 문화관광형 육성사업 비전선포식을 갖는 등 사전 작업도 발빠르게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미 신규 면세 업체로 인력 유출이 심화된데다 강남에 신규 면세점이 몰린다 해도 여전히 강북 면세가 포화 상태라는 것은 우려되는 점으로 꼽힌다. 중소중견 면세점인 SM면세점이 매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인근에 대기업 면세점을 추가로 두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면세 사업에서 SK네트웍스의 투자 규모 등 실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K네트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20조3553억원에 이르지만 영업이익은 193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 미만에 불과해 사업 다각화 및 구조 재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부채비율도 여전히 200%를 넘는다. 연 매출 5600억원 규모의 패션부문 사업 정리를 검토하는 등 지난 수년동안 구조조정과 일부 사업부 매각에 나서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번 패션부문 예상 매각가가 3000억원 수준인데다 패션 사업은 면세 사업과 시너지를 일으켜왔던 만큼 면세 사업에서 실탄보다는 통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면세 사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10년만에 첫 감소세를 보이는 등 업계에 경고등이 켜진 것도 문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방문객 수는 전월 대비 5% 감소했다. 전체 방한 관광객 수도 같은 기간 3만9192명 줄었다. 관광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든 것은 최근 10년만에 처음이다.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경우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복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간 이랜드를 비롯해 면세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두산과 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이 언제든 참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치뤄진 두 차례 면세 대전보다 티켓 수가 많은 만큼 입찰 마감 직전 의외의 기업이 나
면세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일 매출 약 8억원이던 SK네트웍스로서는 면세 사업 재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10년동안 면세 사업에 뛰어들기는 어려운 만큼 경쟁이 치열해 부지 이외의 이점이 주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