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장 새희망출산센터장이 세 부모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하산을 안고 있는 모습을 27일 공개했다. |
유전자 불임치료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1990년대 후반이후 세명의 유전자(DNA)를 물려받아 태어난 아이는 세계적으로 30~50명에 달하지만 유전자의 핵(Nucleus)교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아이가 출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뉴욕 ‘새희망출산센터’의 존 장 센터장과 의료진은 27일(현지시간) “생물학적 부모 셋을 둔 사내아이의 탄생과 관련한 간추린 요약본을 의학저널 ‘임신과 불임’ 온라인판에 먼저 공개하고 다음달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미국생식의학학회 학술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 부모의 유전자를 결합한 체외수정 방식은 기술적 문제와 윤리적인 논란 때문에 미국에서 승인을 받지 못해 멕시코에서 시술이 이뤄졌다. 미국은 2002년부터 안전성과 윤리적인 논란으로 세 부모의 체외수정을 금지하고 있지만 영국은 지난해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허용하고 있다.
아이의 친모인 샤반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서서히 악화하는 흔치 않은 유전성 신경대사장애인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을 자녀에게 유전시키는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었다. 리 증후군은 4만명중 1명꼴로 태어나는 희귀질환으로 주로 생후 1년내 구토, 설사, 삼킴장애를 비롯해 운동장애와 뇌기능 감소 등이 나타나고 호흡곤란으로 2~3년내 사망한다.
샤반도 두 아이를 출산했지만 리 증후군으로 각각 생후 8개월, 6세때 숨졌고 4번의 유산을 경험했다. 결국 그녀는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위해 ‘새희망출산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샤반은 검사 결과, 어머니에게서만 자녀에게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DNA)변이를 지니고 있었고 자녀들이 리 증후군에 걸린 것은 이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았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을 지닌 샤반의 난자에서 핵만 빼내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지닌 난자공여자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하고 나서 정자와 수정시키는 시도에 나섰다. 이 수정란을 친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브라힘 하산이 태어났다. 연구팀은 5개 배아를 이용했지만 결국 1개만 성공했다. 하산의 부모는 요르단 출신이며 아버지는 마흐모드 하산이다. 이 아기는 결국 친엄마, 아빠, 난자제공자 등 3명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았지만, 리 증후군을 일으키는 친엄마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는 물려받지 않았다.
연구팀은 “하산은 난자공여자의 DNA 0.1%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99.9%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머리카락과 눈 색깔이 엄마와 아빠를 닮았다”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세포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곳이다.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할 수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세포공장’으로도 불리며 세포의 핵 바깥쪽에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DNA를 지니고 있지만 외모나 성격 등 인간의 특징을 지정하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는 근이영양증, 간질, 심장병, 정신지체, 치매, 파킨슨병, 헌팅턴병, 비만, 당뇨병, 암 등 150개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술 성공과 관련해 비판론자들은 수십년간 아이의 건강을 계속 점검해야 새 시술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했지만, 존 장 센터장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윤리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방식의 시술에 쏠린 일각의 우려를 반박했다.
‘세 부모아기’시술을 두고 아이들을 유전병의 공포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는 찬성론과 유전자 조작에 따른 ‘맞춤 아기’탄생으로 인류의 윤리가 더욱 말살될 것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켄트대학 유전학과 다렌 그리핀 교수는 “하산 출산은 자궁착상 전의유전학에 신기원을 열었으며 유전병 내력을 가진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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