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국내 최대 화훼 도·소매단지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이곳에서 화분과 난, 관엽 등을 파는 가·나동 건물엔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개별 단위 꽃을 파는 건물 1층에만 몇몇 사람들이 몰려 있을 뿐 선물용 화환을 주로 파는 지하매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이날 자리에 앉은 꽃집 상인들은 신문과 TV를 통해 주로 김영란법 뉴스를 주의깊게 살피고 있었다.
이곳 A식물원 주인 송 모씨(41)는 “요즘같은 가을철에는 아침부터 손님이 북적여야 하는데 지금은 상품 재고만 쌓여 있고 손님은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손님들이 잘못 알고 있는 법 정보를 바로잡아 알려주고 구매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김영란법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고도 했다.
주로 난(蘭)을 취급하는 B꽃집 주인 최 모씨(52)는 “최근 재고가 많이 쌓여 경매장에서도 물건을 한 달 전부터 아예 받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로 들여와봤자 손님이 없으니 재고 걱정에 아예 물건을 안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고객 화환 발송일자와 금액을 정리한 자신의 휴대폰 속 파일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10여 개 상품별로 정리된 파일 속엔 모두 3만원 아니면 5만원 가격만 적혀 있었다. 김영란법 선물 허용 기준인 5만원을 맞추기 위해 그런거란다. 최씨는 “난 1촉은 잎이 3~5개 정도이고 13~14촉을 모은 난 한 분을 보통 10만원 이상 받고 판매해 왔는데 지금은 30%가량 촉을 줄여 10촉 정도에 5만원짜리 상품을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난 한 분을 만들기 위해선 난 자체 가격 외에도 리본 값 5000원과 화분 값 6000~7000원, 택배비 1만2000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일반 택배와 달리 꽃 택배는 운송 과정에서 꽃이 상하면 안 되기 때문에 택배비가 더 비싼 편이다.
선물 허용 기준인 5만원 이하 꽃이라도 사가는 사람역시 크게 줄었다. C꽃집을 운영하는 심상인 씨(한국화훼유통연합협동조합 전무)는 가게안에 걸려있던 축하 리본을 가리키며 “얼마 전 선물 주문이 들어왔는데 고객이 며칠만에 가격을 묻지도 않고 취소해 버렸다”며 “아마도 5만원 이하 꽃을 구매하더라도 소속 기관에 소명서를 작성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화훼공판장뿐 아니라 시내 일선 꽃가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구에서 D꽃집을 운영하는 양 모씨(50)는 “교직원 인사철이자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성수기인데 당장 이번 법 시행으로 앞으로 매출을 어떻게 메워나가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두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매출이 줄어들면 내보내고 혼자 일해야 할 것 같다”며 “얼마 전부터 주말 외부 꽃꽂이 강연도 부업 차원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약 주문도 절벽 사태나 다름없다. 광주에서 E꽃집을 운영하는 장 모씨(48)는 “보통 한 달 전부터 1주일에 4~5개씩 예약 주문이 차는 편이었는데 10월 화환 예약은 현재 딱 1건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화훼업계 시장 규모는 총 1조2000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경·조사용 화환이 80%를 차지한다. 대부분 승진이나 결혼 축하용 꽃·난과 장례식장 조화들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이달부터 국내 화훼업계 매출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전국 꽃가게 연합체인 한국화원협회 문상섭 회장은 “협회 실적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9월 화원업계 매출은 작년 9월보다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세도 뚜렷하다. 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덴파레·동양란·호접란 등 난 한 분당 평균 경매시세는 올해 7월 6700원에서 지난달 5156원으로 떨어진 뒤 이달(1~28일)에는 4877원으로 추락했다.
특히 이달 들어 가격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9월 첫주(1~7일) 5536원이던 난 한 분당 평균 경매시세는 둘째주(8~14일) 4482원으로 뚝 떨어졌다가 셋째주(15~21일) 4792원으로 조금 반등한 뒤 다시 최근 넷째주(22~28일)에
[서진우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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