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지수(IF·Impact Factor)가 높은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주요 학술지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합니다.”
지난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만 (68) 미국 UC 버클리 교수는 5일 연세대를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과학자들은 네이처·사이언스·셀(NSC)과 같이 IF가 높은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이같은 행태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자문교수직을 맡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연세대를 방문했다. 셰크만 교수는 27살이던 1976년 UC버클리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 불과 3년 만인 1979년, 세포에서 물질교환이 일어나는 원리를 규명해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NSC는 많은 과학자들이 논문을 제출하고 싶어하는 학술지로 꼽힌다. 다른 연구자가 논문을 인용하는 횟수를 뜻하는 IF 가 높고 권위있는 학술지라는 인식 때문에 NSC에 논문을 쓰면 과학자 경력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셰크만 교수는 단호하게 NSC를 버리라고 주문했다. 유행을 쫓는 논문 게재가 늘어나면서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떨어트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NSC의 편집인은 논문의 화제성과 인용정도를 기반으로 게재 논문을 결정한다”며 “또한 논문 승인을 결정하는 에디터의 전문성과 권위가 부족해 학문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 네이처에 실려 화제가 됐다가 조작으로 철회된 일본 리켄연구소의 ‘만능세포’ 논문을 언급하며 “연구자들이 NSC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압박에 윤리적인 문제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셰크만 교수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의 연구논문은 1992~1993년 발표됐다”며 “창의적이고 새로운 연구였기에 NSC에서도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셰크만 교수는 한국 정부와 대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IF에 대한 맹신을 버릴 것도 주문했다. 그는 IF가 30년 전 미국 도서관 사서가 어떤 잡지를 구독할까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숫자일 뿐인데 확대해석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례로 자신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평가위원으로 있었을때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셰크만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과학자들에게 연구제안서를 받았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IF가 10 이상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IF로 논문을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성과는 관련 연구자들이 평가해야 한다”며 “IF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셰크만 교수는 한국의 기초과학 수준에 대해 우수한 인재가 많은 만큼 정부의 꾸준한 지원만 있다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돈 되는 연구’만을 쫓는 한국의 연구개발(R&D)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 갖고 올 파급력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30년 전 처음 했던 내 연구가 현재 B형간염 치료제, 인슐린 생산 등으로 연결됐다”며 “바이러스 면역을 연구할 때 파생된 유전자 가위는 기술은 산업적으로 큰 파급력을 몰고오고 있다”고 말했다.
셰크만 교수는 한국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연구자들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함께 연구하던 한국인 제자는 미국 대학 교수로 자리잡았는데, 만약 한국도 미국 대학과 같은 펀딩 시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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