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년 전 멸종한 공룡같은 동물도 그들의 청사진을 우리가 찾을 수 있도록 남겨놨죠.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갇힌 호박 화석을 발견했거든요.”
1993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나온 대사다. 멸종동물을 복원하는 것은 이처럼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소재였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멸종동물 복원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지구는 6번째 대멸종 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구상에선 매일 30~159종의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과학계에선 지난 수십년 간 멸종을 막는 방법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멸종 동물을 되살리는 것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올해 유력한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으로 점쳐지고 있는 유전자 가위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와 1900년 경 지구상에서 사라진 여행비둘기 부활 프로젝트다. 멸종 동물 복원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리바이브 & 리스토어’ 재단의 벤 노박 박사는 현재 여행비둘기를 되살리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9세기 초에 50억마리에 육박했던 여행비둘기가 번성하던 시절엔 백참나무들이 이들 여행비둘기의 배설물을 통해 씨앗을 퍼뜨렸다.
매머드 부활 연구를 하고 있는 하버드대 조지 처치 교수는 “매머드와 같은 대형동물들이 나무를 부러뜨리고 풀과 식물의 씨를 퍼뜨려 초원지대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공학을 활용한 멸종동물 부활법은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우선 멸종한 동물의 유전자와 그 동물의 후손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멸종한 종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후손을 찾는다. 이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을 통해 멸종한 종의 유전적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 일부를 후손의 유전자에 삽입해 준다. 매머드의 경우 긴 털, 추가적인 피하지방 등 추위에 견딜 수 있는 특성이 해당된다. 유전공학을 활용해 태어난 교배종은 멸종한 동물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멸종한 동물의 외형과 행동 특성을 보일 순 있다.
문제는 이렇게 탄생한 생명체를 ‘멸종 동물의 부활’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매머드의 부활에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아시아 코끼리를 활용하려고 한다. 만약 과학자들이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자 일부를 매머드의 유전자로 바꿔 작은 귀에 털과 체지방도 많은 새로운 교배종 코끼리를 만들어낸다면 이 교배종을 부활한 매머드로 볼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여행비둘기 역시 노박 박사는 여행비둘기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띠무늬꼬리비둘기를 통해 부활시킬 계획이다. 이 역시 교배종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부활 ‘성공’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노박 박사는 “97%의 유전자가 일치하는 두 비둘기의 차이는 나머지 3%에서 나온다”며 “우리가 찾고 싶은 것은 수백만년에 걸쳐 이뤄진 수천번의 변이 중 두 비둘기를 서로 다르게 만들어 준 20~100번 정도의 핵심 변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멸종동물 부활 연구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새롭게 탄생한 동물이 새끼를 낳고 번성할 경우 유전자의 확산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세돈 교수는 “과학자들은 안전하게 멸종동물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작은 실수라도 생긴다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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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부위를 자르는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를 말하는데, 제3세대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크리스퍼라는 RNA가 표적 유전자를 찾아가 DNA염기서열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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