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된 지난 5일 북적이는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왼쪽)과 썰렁한 전통시장의 모습. |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 대규모 할인행사의 주요 유통업계 매출은 지난해 개최됐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보다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도 쥬얼리, 가전제품, 가구 등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년 대비 9.7%, 현대백화점은 패션 부분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년 대비 4.6% 성장했다.
국경절 연휴(10월1일~7일)를 맞아 대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흥행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국내 면세점 매출은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20%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중국인 고객 매출이 지난해보다 25% 가까이 상승했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중국인 고객 매출은 61.4% 급등했다.
수치로만 살펴본다면 일단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보다는 성공적이다. 우선 지난해 처음 열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보다 참여 업체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준비기간이 부족해 약 90개 업체가 참여했던 반면 올해는 250여개 업체가 함께 행사를 펼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행사를 불과 한달여 남겨놓고 정부가 협조를 요청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정부가 준비작업에 착수하면서 세일 물량을 사전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아모레 등 주요 제조업체들까지 참여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백화점에서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김치냉장고를 구매했다는 주부 엄모씨(40)는 ”가전품목이 크게 할인된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결심했다”며 “지난해보다 할인업체나 품목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특판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는 간판 모델인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등 승용차 총 5000대를 5~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 결과 5000대 물량이 조기 완판돼 추가로 5000대를 다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벤치마킹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하면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을 해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평균 할인율이 50%에 달하고 최고 90% 수준의 할인 상품도 종종 등장한다. 반면 코리아세일페스타의 경우 대부분 할인폭이 20~30%에 그친다. 그나마 신상품이나 인기상품은 아예 할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평상시에 이뤄지는 백화점 정기세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행사 초기 호기심으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 덕분에 행사 시작 첫 1주일간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지만 후반에는 실망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매출 성장률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와 달리 전통시장은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적인 할인행사’라는 컨셉에 맞춰 정부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400개가 넘는 전통시장이 참여시켰지만 일부 시장을 제외하고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내수살리기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도 개선사항으로 거론된다.
유통업계 관계자
[손일선 기자 / 조성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