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부이트’의 오너셰프 맥상 뮐러 |
프랑스 알프스 자락에 있는 산골동네인 사부아 지역의 동화같은 식당 ‘라 부이트’는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식당이다. 지역에서 나온 고기, 치즈, 우유와 야채가 요리의 주 재료이고 오랫동안 지역 사람들이 먹어오던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 준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파리 여느 고급 식당의 정찬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하지만 이 식당의 이력은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다. 2003년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에 별 하나를 받으며 이름을 올린 이후 작년까지 13년 연속으로 매년 미슐랭 스타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별 두개를 받고, 작년엔 ‘최고점’인 별 세개를 획득했다. 전 세계에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식당은 100여곳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 신라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이 ‘라부이트’의 오너셰프 맥상 뮐러(39)는 라부이트를 처음 연 아버지 르네 뮐러의 뒤를 이어 20년째 식당을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식당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떼루아(terroir·향토색)’라고 표현했다. “우리 지역의 색깔이 그대로 요리에 담겨있어요. 파리 뿐 아니라 어느곳에서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죠. 우리 식당에 오기 위해 1만km 를 여행해 오는 사람들에게 이 지역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를 소개하고 그들이 이런 맛을 ‘발견’하게끔 돕는게 즐거워요”
그래서 라부이트의 요리는 ‘단순함’을 추구한다. 최근 많은 요리사들이 화려한 ‘기술’을 뽐내지만, 그는 기술적인 부분은 최대한 주방 속에 감춰져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설명으로 ‘미슐랭 3스타’의 자리를 설명하기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에게 3스타의 차이가 뭔지를 물었더니 ‘디테일’이라고 했다. “가령 이런거에요. 우리 식당에서 사용하는 치즈 종류가 40가지인데, 단순히 고객에게 이 치즈를 한 번에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생산되는 고도에 따라 치즈 트레이의 높이를 달리해요. 이런 디테일이 고객을 즐겁게 만들죠. 요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디테일에 매우 신경쓰는 편이예요”
그는 ‘관리’에 있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식당의 80%가 단골손님이고, 미슐랭식당인 만큼 이들이 대부분이 장거리를 여행해 오는 ‘미식여행가’ 이다. 하지만 전 직원이 ‘1대 1’교육을 받아 단골을 관리하고 그들이 올 때마다 절대 같은 메뉴를 내 놓지 않는다고 한다. 뮐러 셰프는 “2스타 식당이 고급 기성복의 수준이라면 3스타 식당은 ‘맞춤복(오뜨꾸뛰르)’라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디테일은 식당과 함께 운영하는 호텔에도 적용된다. “우리 동네는 산속에 있어요. 청정한 산 속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호텔 안에서도 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고급호텔을 표방하지만 ‘럭셔리’한 느낌은 싫어요. 최고급 브랜드의 실내화보다는 양털로 만든 슬리퍼를 내 놓죠. ‘웰컴 드링크’ 역시 우리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생화나, 지역에서 직접 짜 낸 우유를 내 줍니다. ”
미슐랭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식당들에게 ‘3스타’를 받은 선배로서 조언해 주고 싶은 게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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