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정책은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 정책 개혁 없는 경기부양책만으로는 3%대 글로벌 경제 성장률도 달성할 수 없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 지침인 ‘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노벨상 후보로 이름을 오르내린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등 글로벌 석학들은 12일 서울 장충아레나·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지식포럼 이틀째 세션에서 “세계 경제는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만으로는 더 이상 경제 회복이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8%로 낮춘 최근 세계은행 전망과 맥을 같이한 것이다. 내년에도 전 세계 경제가 당분간 저성장이라는 수렁에서 헤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테일러 교수는 “올해 선진국들은 2%대, 신흥국들은 4%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화 개혁, 예산 개혁, 규제 개혁, 세제 개혁 등 4대 구조개혁 없이는 3%대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배로 교수 또한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미국이 정책금리를 낮추면서 글로벌 경제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석학들은 경제 정책 방향을 현재와 같은 경기부양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규제 철폐, 법인세 인하 등 정책 개혁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오늘날 경제를 성숙기 진입으로 만성적인 수요 부족이 나타나는 이른바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로 진단하면서 그 해법으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제시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천 즈우 예일대 교수는 “재정을 동원한 적극적인 부양 정책을 통해 성장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관념에서 정책 결정권자들이 벗어날 때가 됐다”면서 “규제 완화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테일러 교수는 경기부양정책만 쓸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해법으로 정책 개혁 추진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가 100%를 넘었는데 현재 속도라면 2050년 50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런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자유경제 원칙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가 규제 철폐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규제 정책을 담당하는 연방 공무원수가 2008년 18만명에서 오늘날 23만명까지 늘었다”면서 “규제를 늘리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의 경우 성장률에서 투자의 기여도는 1996년~2005년 1.2%포인트였는데 현재는 마이너스 0.2%포인트까지 떨어졌다”면서 “조세 개혁을 통해 투자 유인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팀 굴드 국제에너지기구(IEA) 자원총괄 수석은 이날 ‘2017 유가아웃룩’ 세션에서 “현재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의 생산량이 기록적으로 높은데 그 이유는 사우디와
[이상덕 기자 / 김정환 기자 / 홍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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