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은 지난 9월30일 ‘장밋빛 지표 뒤 감춰진 가시...1996년과 너무 닮아 두렵다’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사상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 외환보유고 등 지표상으로 좋아보이지만 안으로는 한국경제가 곪아간다는 지적이었다.
글로벌경제의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파열음을 내고 있고,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은 대선을 1년 앞두고 매몰 위기에 몰려 있다. 위기의식 없이 허송세월만 했다가는 ‘수출 감소폭 확대→기업 부실 확산→조달금리 상승→국가 신용등급 하락→자본유출’이라는 1996년식 악몽이 되풀이 될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쇼크가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오면서 위기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본지의 지적에 대해 정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매일경제신문 보도에 대해 3장의 해명자료를 내 “과소비·과잉투자·원화강세로 인한 구조적 경상적자, 부실누적이 위기를 유발한 97년과 정반대인 현재의 상황을 ‘너무 닮아 두렵다’고 평가한 것은 사실을 왜곡·호도할 우려가 있다”며 “외환보유액, 국가신용등급, 고용 등이 공고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고용 분야에 대해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직활동이 확대돼 선진국을 상회하는 고용증가세”라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고용회복이 부진한 반면 우리나라는 양호한 고용 개선세를 시현했다”고 강조했다. 70% 수준의 높은 대학 진학률 등 구조적 요인으로 청년과 60세 이상 고용률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청년층의 구직활동이 활발해져 60세 이상을 크게 상회하는 고용률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위기 수준과 전혀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셈이다.
불과 한달도 안 돼 9월 실업률은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실업률이 더 높아질 위험이 높지만 국민체감과는 동떨어진 ‘눈 가리고 아웅’식의 자평만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올 4분기 한국경제 전망을 무작정 낙관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연구원도 4분기에는 성장이 더 둔화될 것으로 보는 입장으로 현재 상황이 문제 없다는 정부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출둔화, 세계경제환경 악화 등으로 4분기 경제는 더 어려울 걸로 보이고, 소비활력 등 단기 정책도 갈수록 점점 약발이 떨어질 것”이라며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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