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선박과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일감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근 증권업계가 내린 전망과는 배치되는 의견이어서 눈길을 끈다. 둘 중 누가 맞는 말을 하는지는 향후 국제유가 추이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13일 발행한 회사 소식지를 통해 선박 수주가 부진한 가운데 해양·플랜트는 더 심각한 일감 부족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소식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11월 해상 플랫폼 1기를 수주한 뒤 거의 2년동안 새로운 일감을 따지 못했다. 현재 해양공장 야드에서 작업중인 공사는 6개로 내년 7월이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해양 부문 일감은 내년 초 시작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해상 플랫폼 1기만 남는다.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U) 공사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올해 계획된 마지막 해양 프로젝트 입찰로 수주에 실패하면 해양 부문 인력의 30%가 놀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플랜트 부문도 상황은 유사하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3건의 대형 발전플랜트와 쿠웨이트 정유공장 공사 등 3건의 공사를 하고 있지만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육상발전플랜트 공사는 내년 하반기까지 모두 마무리된다. 회사는 내년 말부터 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일하는 인력의 40%가 일손을 놓아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의 자체 판단과 다소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1주일동안 현대중공업의 수주 회복을 점친 증권사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HN투자증권 등 3곳이다. 주가도 상승세다. 지난 7월 1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현대중공업 주가은 최근 15만원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도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에 이어 러시아도 감산 또는 생산량 동결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 상황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보류됐던 모잠비크 코랄 가스전 개발이 다시 진행되고 있고 가스전의 운영사인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 ENI는 영국 브리티시페트롤(BP)과 가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가스전 생산 설비를 건조할 계획이던 삼성중공업은 27억달러에 이르는 해양플랜트 공사를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 업황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려면 유가가 더 올라야 한다고 전망한다. 이는 지난달 국회에서 개최된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조선업황 회복의 선결조건으로 배럴당 60달러 유가가 제시됐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