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성 갤럭시 노트7은 이제 끝났다(뉴욕타임즈)’
‘엘리엇의 제안에 방어적으로만 나서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어렵다(월스트리트저널)’
‘삼성이 중국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서 철수한) 제2의 블랙베리로 전락할 것(중국 CCTV)’
지난 11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에 대한 단종을 선언한 이후 삼성을 향한 외신들의 도 넘은 ‘때리기(배싱)’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제품에 대한 비아냥에서부터 리콜 과정에서 신중하지 않았다는 문제 지적, 심지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언론의 공세가 거세다. 미국은 삼성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의 안방이고, 중국은 스마트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외신들의 삼성 비하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삼성이 진정한 ‘명품’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유럽 최대 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의 샤를 에두아르 부에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위기를 슈퍼트러스트(super trust)를 얻을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제17회 세계지식포럼이 열린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위기로 인해 삼성이 250만명의 갤노트7 구매자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이들을 ‘초열성고객(super customer)’으로 만들라고 강조했다. 부에 CEO는 “지금 전세계 공항에 가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을 가진 고객은 전원을 꺼달라는 방송이 나온다”면서 “이 고객들은 지금 자신들이 잘못된 제품을 산 재수없는(unlucky)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나는 운이 좋은(lucky)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 사람들을 삼성전자의 골드멤버로 등록시켜서 평생 관리를 해준다던지, 한 사람당 1000유로(약125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아이디어라고 부에 CEO는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공항에서 안내방송 나올때 갤노트7 가진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며 “갤럭시 노트7을 뒤늦게 사려는 사람까지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과거 글로벌 기업의 위기 극복 사례를 보면 고객의 문제를 빠르게 잘 해결해주면 이 고객은 오히려 ‘초열성고객’이 된다”고 설명했다. 초기에 갤럭시 노트7을 산 250만 명의 사람들은 애플이나 다른 어느 제품보다 삼성을 택한 충성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에 CEO는 “과거 기업들이 위기를 겪은 사례를 보면 핵심적인 잘못은 기업에서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모든 책임은 기업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하고 창조적인 해결책을 강조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24시간 내에 행동해야하고 늦어질수록 신뢰는 더 떨어지며 더 많은 손실을 겪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창조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도 충고했다. 단순히 문제를 고치는(fix) 것으로는 고객들에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어젠다를 이끌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부에 CEO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이 특수부대(special force)같은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군대는 대표적으로 위계적인 조직이다. 하지만 급박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운영한다”면서 “기업들도 점점 이런 특수부대가 필요한 조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가 애플이나 경쟁사들에게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이번 사태로 최대 이득을 보는 기업은 애플이지만 삼성의 위기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똑같은 기기결함문제가 생기면 도리어 역풍을 맞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최근 헤지펀드 엘리어트가 삼성전자에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를 나스닥에 상장시켜 미국식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삼성전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에 CEO는 “우리는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 것을 안다”면서 “긍정적인 주주행동주의자도 있지만 이들은 부정적인 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계 컨설팅펌이다보니 돈 이외의 다른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제안을 아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랜드버거
[이승훈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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