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 안삼점 어바니썸 매장 |
과거 동대문 패션은 ‘싸구려’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패션트렌드를 즉시 반영하고 의류제조능력도 탁월한 동대문 패션이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16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5월 안산점에 문을 연 동대문형 SPA 편집숍 ‘어바니썸’이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어바니썸은 400여개의 동대문 기반 인디 브랜드와 인디 디자이너를 모아놓은 편집숍이다. 한달 매출은 약 1억3000만 원에 달하며, 만든 제품의 90%가 팔리고 있다. 최근 문을 연 구미점도 월 매출이 2억 원에 달한다. 소비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자 롯데마트는 앞으로 서울의 송파, 구리, 잠실 점포를 확대 개점할 생각이다.
어바니썸은 같은 제품을 사이즈별로 판매하는 백화점이나 일반 SPA브랜드 매장과 달리 단 한개의 제품을 ‘원 사이즈’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기존에 판매된 상품을 재발주하는 방식이 아닌 100% 신상품을 입고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보통의 패션브랜드는 상품이 다 팔리면 동일한 상품을 다시 보충하지만, 어바니썸은 일단 팔린 옷과 같은 종류의 상품은 다시 들여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매주 세차례 새로운 상품이 매장에 입고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트렌드를 즉시 반영할 수 있다. 동대문 브랜드 및 디자이너들이 생산과 유통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어바니썸을 기획한 안치성 어반유니온 대표는 “동대문은 일반 브랜드와 다르게 매일 신상품이 나오고 유능한 디자이너 한명이 여러 브랜드의 옷을 디자인해주는 등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변화하는 패션계 흐름을 대기업보다 훨씬 빨리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대기업은 동대문 의류를 활용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동대문 브랜드는 대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널리 홍보할 수 있어서 ‘윈윈’이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롯데백화점 등 다수의 대기업들도 동대문 업체들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현대백화점 신촌점 매장에서 동대문 옷을 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매장 안에 두 개의 섹션을 구성해 한 곳에서는 브랜드 라벨 없이 동대문에서 일반적인 공장 형태로 생산되는 제품들을, 다른 한 곳에서는 신진 동대문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제품을 편집숍 형태로 팔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영플라자를 비롯해 영패션 전문관 20여 곳에서 동대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동대문 브랜드 매출 성장세는 2014년 20%, 2015년 22%로 늘어났으며 백화점 내 매장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지난해 스트리트 패션 전문관 ‘파미에 스트리트’를 오픈하면서 동대문표 브랜드를 포함해 젊은 층을 겨냥한 90여 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대기업들이 동대문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이들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입점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동대문형 SPA가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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