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으로 주식을 숨긴 채 부를 대물림하던 탈세 관행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강화된다.
국세청은 국세행정시스템 엔티스(NTIS)의 정보분석 기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유형의 명의신탁을 쉽게 찾아내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시스템을 통해 국세청은 향후 명의신탁을 통한 편법 증여나 체납 회피 등 고액탈세를 사전에 적발해 엄단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구축한 시스템은 장기간에 걸친 주식 보유현황, 취득·양도 등 변동내역, 각종 과세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외부기관 자료까지 연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취득, 보유, 양도의 모든 과정을 통합·분석해 명의신탁 혐의가 높은 자료만을 선별해 정밀 검증할 수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국세청이 명의신탁 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명의신탁을 통한 조세회피와 체납처분 강제집행 면탈 등 낡은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에 따르면 명의신탁과 관련해 세금을 추징당한 적발자는 2011~2015년 사이 1702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명의신탁과 관련한 추징액만도 1조 1231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기업 일가의 2~3세 승계 과정에서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을 상속재산에서 누락한 채 편법 증여하거나, 상장주식 지분을 다른 이름으로 분산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요건을 회피하는 관행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실제로 과거 국세청의 적발 사례를 보면 A그룹 회장은 수십년간 45명의 임직원 명의로 계열사 상장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하다가 주가가 오르자 98개 차명계좌를 통해 이를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다 110억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차명주식을 주가조작에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B기업 대표는 지인과 친인척 명의 24개 계좌를 동원해 코스닥 상장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시세조종꾼을 통해 주가를 순간적으로 끌어올린 뒤 팔아치우다 적발돼 법인세 등 190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국세청은 차명주식의 실명전환도 적극 돕기로 했다. 국세청은 법인설립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주식을 부득이하게 명의 신탁해둔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2세에게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등의 절차 없이 실명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법인사업자 등록 때 제출하는 ‘주주 등의 명세서’에 ‘본인확인’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명의대여 심리를 차단하고, 신설법인 주주를 대상으로 명의신탁에 따르는 불이익과 실명전환 방법을 안내하는 등 초기부터 명의신탁을 차단하기로 했다.
양병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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