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노출해 광고 효과를 노리는 간접광고(PPL)의 심각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과도한 상품 노출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의 첫 방송부터 에르메스는 자사 핸드백을 노출했다. 극 중 차금주 로펌 사무장 역을 맡은 최지우는 자신을 무시하는 변호사에게 명품 가방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모나코 왕비가 임신한 배를 가려 유명해진 가방”이라는 대사가 들어간 PPL 장면이 방송을 탔다.
해당 가방은 에르메스의 인기 제품인 ‘켈리백’으로 사이즈와 제품 원단에 따라 가격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대를 호가한다.
PPL 남용은 2회에서도 이어졌다. 생활고에 맞닥뜨린 주인공이 중고 가게에서 가방을 팔기 위해 제품의 희소성을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한 것. 드라마 전개상 다소 뜬금없는 장면이지만 수십 초 가까이 할애해 가방을 설명한다.
에르메스 외에 명품 브랜드 제품의 깜짝(?) 등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루이비통, 지방시, 만다리나덕 등 인기 제품들이 시시각각 화면에 등장한다. 화면 속 주인공들이 입은 의상과 소품에는 보란듯이 제품 로고가 새겨져 있다.
최근에는 전도연의 드라마 복귀로 화제를 모은 ‘굿와이프’에서도 명품 업체들의 PPL은 지속됐다. 루이비통은 신제품은 물론 다양한 라인의 가방의 PPL을 진행해 온라인 상에서 ‘전도역 백’으로 회자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협찬은 물론 브랜드 노출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명품들이 드라마와 영화 PPL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최근 패션업계의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류 스타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 해외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실제 드라마 각 회가 끝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노출된 브랜드의 제품 문의가 이어진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넘나드는 고가의 제품이지만 PPL이 됐다하면 ‘없어서 못 판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을 노출하는 PPL이 실제는 일반 광고보다 거부감이 적고 배우가 사용하는 장면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서 “콧대가 높다는 명품 브랜드이지만 드라마의 인기나 온라인상 바이럴 효과를 무시 못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2015 소비자행태조사(MCR)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38%가 간접광고에 대해 ‘제품·브랜드에 대해 알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광고로 등장하는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전체 25%, 제품을 검색해 알아보고 싶다는 응답은 18%나 차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드라마 각 회가 끝나면 노출된 브랜드의 제품 문의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극 중 개연성과는 동떨어져 진행되는 과도한 PPL에 대한 논란은 여전한 숙제다. 15~30초 내외 TV광고와 달리 PPL은 시청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화면에 등장해 무방비로 브랜드에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PPL 비용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2015년 방송심의 사례집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해 239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심의규정 위반사항 317건(복수 위반 포함) 중 ‘부당 광고효과’가 전체의 25.6%인 81건으로 가장 많았다. 간접광고가 도입된 2011년 이후 징계 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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