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농협목우촌과 손잡고 가공육 판매대행을 시작했다. 지난 추석 시범 판매에 들어간 이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정식 판매를 결정했다. 농협과 온라인 마켓에서만 판매하는 목우촌이 전국 유통망을 갖춘 LG생활건강과 손잡으면서 시장 기대치도 높다. 국내 가공육 소매시장 규모가 1조2000억원대로 성장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LG생활건강으로서는 이후 타 제품으로의 판매 대행업 확장도 가능하다.
LG생활건강은 올 상반기 산양 액상분유를 국내 처음으로 내놓고, 하반기에는 애견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신사업에 적극적이다. 해태음료 사명을 해태htb로 변경하고 의약품과 의외약품, 건강기능식품 확장 의지도 보이고 있다. 특히 애완용품 시장의 경우 올해 2조2900억원대의 시장이 4년 뒤에는 5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력 먹거리 산업이기도 하다.
LG생활건강의 이같은 움직임은 무엇보다 매출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2005년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부회장)가 취임한 이후 44분기 연속 매출 상승을 일궈낸 탄탄한 실적이 바탕이 됐다. 2011년 3조456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기준 5조3285억원으로 54% 넘게 뛰어 5조 매출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만 3조원을 넘었고, 부채비율도 81%로 낮아졌다. LG생활건강의 부채비율은 3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을 기반으로 한 해외 화장품 사업이 5년 동안 100%에 가까운 신장세를 보이며 매출을 견인했다.
문제는 비화장품 사업이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사업과 음료사업은 성장 특급열차를 탄 화장품 사업에 비해 매년 완만한 신장세를 보이면서 결국 올해에는 매출 비중이 23.5%대로 뚝 떨어졌다. 30%대를 이어오던 생활용품 매출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사업을 영위하는 LG생활건강의 사업 부서는 총 5개다. 백화점 1층에 주로 입점돼 있는 럭셔리 화장품과 로드숍 중심의 프리미엄 화장품 부서가 각각 있고, 생활용품은 퍼스널케어(헤어·바디)와 홈케어(세제)로 나뉜다 여기에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음료사업 부서가 있다.
차 부회장은 공공연하게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사업의 매출 비중을 1:1:1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화장품 사업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차 부회장으로서는 비화장품 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P&G를 비롯해 식음료 제조기업인 해태제과 등에서 근무했던 차 부회장으로서는 비화장품 사업 비중 회복이 자존심 회복과 같은 셈이다.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생활용품 브랜드를 정리하고 그 자리에 코카콜라와 다이아몬드샘물, 해태음료, 더페이스샵, CNP코스메틱 등 인수합병(M&A) 기업의 브랜드를 채워넣은 만큼 차 부회장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시작한 LG생활건강의 모태를 생각했을 때에도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을 놓치기 어렵다.
또 하나의 비화장품 사업 확장 이유는 승승장구해 보이는 화장품 사업의 불안전성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체계) 한반도 배치와 북핵문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국내 관광업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해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화장품 시장과 LG생활건강의 주가는 큰 하락세를 그려왔다. 최근에는 수입화장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가 커지고 있고 화장품 구매 수량 제한으로 면세점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의 면세 채널 성장률이 올해 69%에서 오는 2017년 16.2%로 급감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따라 미래에샛대우와 삼성증권 등은 최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면세와 중국시장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만큼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구축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한류에 기반한 K뷰티 인기에 안주하기 보다는 사업 다각화로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장기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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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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