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들의 치료법으로 사용됐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응급치료에도 사용돼 화제가 됐던 ‘에크모(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체외막형 산소장치)’는 폐나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자의 피를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어 몸에 재주입하는 장치로 혈중 산소포화도를 높여주고 체내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인공 폐, 인공 심장 역할을 하는 중요한 치료 장치이다.
에크모 치료 중에는 체외로 빠져나온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하는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외상, 혈소판 감소증, 동반 수술 등과 같이 출혈위험이 높은 경우 에크모 유지와 항응고제 투여가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에크모 치료에 어려움이 있어 왔다. 실제 출혈 위험성이 동반된 에크모 치료는 항응고제 투여로 인해 출혈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치료 성공확률이 낮지만, 에크모 사용 중 단기간의 항응고요법 사용 중단은 환자예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정윤상 교수팀이 최근 ‘에크모 치료 환자에게 항응고제 사용 중단해도 안전한가?(Is Stopping Heparin Safe in Patients on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Treatment?)’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 기능을 임시로 대신해 줄 수 있는 장비로 다량의 혈액을 체외로 순환시켜 다시 몸에 넣어 줘야하기 때문에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기 위한 헤파린 등의 항응고제 사용이 필수적인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항응고제 사용으로 인한 출혈 부작용 또한 에크모 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출혈을 막기 위해서는 항응고제 사용을 중단해야하고 항응고제 사용을 중단할 경우 에크모 장비를 통해 온몸을 돌고 있는 피가 굳을 위험이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정윤상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병원에서 2011~15년 시행된 94명의 성인 에크모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출혈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경우 항응고제 사용을 일시 중단해도 혈전 생성으로 인한 부작용없이 에크모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 중 출혈로 인해 항응고제 사용 3일 이상 중단한 A그룹 환자(52.7%)와 항응고제를 연속적으로 주입한 B그룹 환자(43.6%)를 비교한 결과, A그룹 환자의 항응고제 사용 중단 후에도 평균 10일 이상의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가운데, 심장과 혈관 내 혈액이 응고되는 등의 합병증은 없었으며, A그룹 환자와 B그룹 환자의 에크모 치료 성공률에 있어 큰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정윤상 교수는 “최근까지 알려진 항응고제 사용 지침과는 달리, 에크모 중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일지라도 혈소판 감소 및 혈액 응고시간, 수술의 필요성, 출혈 등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항응고제 사용을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이번 연구로 인해 에크모 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항응고제 사용으로 인한 출혈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향후 에크모 치료에 있어 항응고요법 가이드라인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세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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