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및 그룹 혁신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주형기자> |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상당수 일본 기자들을 포함한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이 참석해 롯데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 회장 직속으로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관련 제도를 만들고, 그룹·계열사의 준법 경영실태 점검과 개선작업을 담당하게 된다. 롯데는 위원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운영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법조계 인사가 위원장 혹은 공동위원장직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당초 쇄신안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됐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막판에 발표내용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같은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위원회 멤버가 되야할 주요 사장단 인사들이 모두 기소된 상황에서 투명하고 권위있는 협의체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의 ‘비전2020’에 대한 전면 수정에 들어간다. 양적 성장 목표를 사실상 폐기하고 질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는 앞으로 숫자로 된 목표를 내세우지 않고 직원과 협력사, 고객과 상생하고 환경을 지키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경영 목표를 새로 수립할 방침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왔던 정책본부는 대대적으로 축소한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정책본부가 다른 그룹에 비해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하고 그룹 내 의사결정권한이 정책본부 한 곳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롯데는 정책본부를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로 축소하고, 계열사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위한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롯데정책본부는 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 등 7개 부서로 구성돼 있으며 약 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계열사간 업무조율, 투자와 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그룹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 최소한으로 남길 예정”이라며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구체적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호텔롯데 상장도 다시 쇄신안에 포함됐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8월 ‘형제의 난’ 이후의 쇄신안 발표, 올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공장 기공식에 이어 세번째다. 그만큼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의지가 굳건하다는 의미다. 호텔롯데 상장은 자금조달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과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을 종식시키는 데에도 필수적인 사안이다.
롯데는 일단 검찰 기소내용과 재판진행 경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상장 주관사단, 유관기관과 협의해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호텔롯데 이외의 우량 계열사도 차례대로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등이 주요 대상이다.
투자·고용을 확대해 사회적책임을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롯데는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5년간 롯데그룹 전체의 투자규모는 31조3000억원이었다. 또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2021년까지 7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여성인재 발굴 차원에서 채용인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도 40%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들어간다. 유통계열사 5000명, 식품계열사 3000명, 금융·기타 계열사 2000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직접 1년 여만에 두번 공식 사과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신 회장이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과거의 문제점을 완전히 개혁하는 동시에 ‘신동빈 원롯데’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