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는 뉴삼성을 이끌어갈 ‘이재용 시대’를 맞아 ‘삼성웨이’의 저자이자 그동안 삼성그룹의 경영과 전략을 꾸준히 연구했던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인터뷰하고 그의 제안을 정리해봤다. 아래는 송 교수의 제언.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외쳤을 때 10조원이었던 삼성 매출 규모는 현재 400조원에 육박한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삼성은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로 세계적 기업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 선도자로 변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조직문화 혁신이 필수적이다. ‘관리의 삼성’이란 기업문화는 선도기업을 따라잡는데 큰 도움을 줬으나 창조·혁신과는 맞지 않다. 이번 갤럭시노트 7 사태로 인해 삼성이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이는 잘못이다.
삼성은 앞으로 ‘양손잡이 조직’으로 가야 한다.
기존 사업조직은 ‘오른손잡이 조직’이다. 이미 성공한 제품이나 기술을 바탕으로 단기성과를 끌어올리고 관리와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별동대로 혁신적인 제품·기술 개발 혹은 신산업에 집중하는 ‘왼손잡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3~4년 사이 삼성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만든 삼성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 등이 바로 왼손잡이 조직이다. 이 조직은 톱다운 구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창조적 아이디어가 솟아오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 사업을 육성하고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 가장 유망한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미래 자동차는 거대한 컴퓨터가 될 것이다. 여기에 들어갈 전자부품이나 전장사업은 전자와 반도체에서 역량을 갈고 닦아온 삼성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에 중요한 것이 글로벌화다. 한국에서만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글로벌 인재와 글로벌 파트너 확보가 필수적이고 인수·합병(M&A)도 과감하게 해야한다. 이 부분에서 희망은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의 어떤 기업인보다도, 심지어 이건희 회장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발전시켜온 사람이란 점이다. 그는 미국의 선밸리 콘퍼런스나 중국 보아오포럼에 지속적으로 참가를 해왔고 세계적 기업의 CEO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다. 앞으로 이 부회장은 글로벌 감각을 십분 활용해 개방적 혁신과 과감한 M&A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야 한다.
권한위임도 필요하다. 앞으로 소유경영자는 전 그룹에 비전을 제시하고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역할을 주로 해야 하므로 기존사업 관련해서는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해줘야 한다. 저성장 기조와 중국과의 치열한 글로벌 경쟁은 필수적이다. 경쟁력 확보가 힘든 사업은 과감히 축소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이런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이건희 회장은 권한 위임을 아주 잘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그만큼 권한을 위임해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보다 더 ‘이건희스럽게’ 권한 위임에 힘쓰고 자신은 중장기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정리 = 우제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