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코리아를 창업한 조선대 전자공학과 장순석 교수(왼쪽)와 권유정 대표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메디컬 코리아 & 국제 병원 의료산업박람회’에 출품한 스마트폰 제어 64채널 디지털 보청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영욱 기자] |
휴대폰으로 조절이 가능한 값싸고 성능 좋은 보청기를 개발해 상품화한 조선대학교 전자공학과 장순석 교수가 보청기 연구에 뛰어든 것은 13년 전이다. 장 교수는 “선천적으로 귀가 안좋았고 어느날 강단에 섰는데 학생들의 질문이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착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뒤 장 교수는 2003년 국가 보청기표준화 과제를 따내 보청기 성능측정 연구를 2년간 계속했다. 보청기를 만드는 업체, 의사 등 다양한 관련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는 창업 결심을 굳히게 됐다. 보청기의 ‘비싼 가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겠단 생각이었다. 2006년 보청기 전문업체 알고코리아는 이렇게 탄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보청기 시장 규모는 약 88억달러(약 10조원)다. 연 평균 6%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보청기 시장 규모도 2010년 445억원에서 2014년 616억원으로 연평균 8.5% 성장하고 있다. 국내 보청기 시장은 미국 스타키, 독일 지멘스 등 다국적기업들이 83%를 점유하고 있으며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완제품을 수입해 유통하거나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장 교수는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부품을 국산화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장 교수는 “명색이 IT강국이라면서도 국내 업체 중 자체 기술을 보유한 곳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며 “국산기술을 만들어보자는 욕심을 냈고 디지털 신호처리 알고리즘, C언어 등 보청기의 작동원리를 스스로 연구한 끝에 보청기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청기에는 4가지 중요한 기술이 필요하다. 작은 소리는 크게 증폭해주고 큰 소리는 작게 줄여주는 ‘비선형 압축’ 기술,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 ‘방향성’ 기술, 마이크로폰으로 들어온 소리를 증폭해 리시버로 잘 나올 수 있게 해주는 ‘피드백 제거’ 기술, 주변 소음이 심할 때 소음만을 줄여주는 ‘소음 저감’ 기술이다. 4가지 기술을 모두 갖춰야 보청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중 핵심은 음성을 더 정교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음성 주파수 대역폭을 정교하게 나누는 기술이다. 정교하게 나눌 수록 채널 수가 높아진다. 2013년 지멘스가 세계 최초라며 48채널 보청기를 선보였을 때 알고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기술로 64채널 보청기를 공개했다. 알고코리아는 사람의 달팽이관 정도의 민감도를 가진 보청기를 개발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3년 iR52 장영실상도 수상했다.
64채널 보청기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스마트폰은 누구나 사용하다보니 스마트폰으로 보청기를 조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고 제품개발에 반영했다”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청기를 개개인에 맞게 조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보청기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언제든지 쉽고 간편하게 조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청기를 이어폰처럼 사용해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도 있고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보청기지만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장 교수의 창립 철학인 ‘보청기 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다. 장 교수는 “48채널 보청기는 보통 500만원 정도로 우리처럼 스마트폰 무선제어 기능이 추가되면 가격도 200만원 더 올라간다”며 “우리가 만든 64채널 제품은 250만원정도로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알고코리아의 뛰어난 기술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알고코리아는 전세계 보청기 칩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온세미로부터 칩을 공급받아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보청기를 만든다. 권유정 알고코리아 대표 겸 연구소장은 “온세미로부터 최신 칩을 받아 분석한 뒤 문제점을 알려주면 온세미가 이를 반영해 칩을 개선한다”며 “알고코리아는 온세미로부터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파트너로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 선보일 저전력 보청기의 품목허가를 19일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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