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3단계 프로세스 같은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하세요. 사기꾼일 수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역사와 문화, 역량, 그리고 고객이 다른 만큼 모든 회사에 통용되는 ‘마술같은 공식’은 있을 수 없습니다.”
최근 문을 연 스타필드하남을 통해 유통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영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그는 업의 본질에 접근해야 할때 3가지 포인트를 기억하자고 주문한다.
첫째, 업의 본질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신세계도 과거 업의 본질을 너무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며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위치한 극장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과거 백화점의 업의 본질은 물건 판매였던 만큼 극장은 백화점에 필요없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업의 본질도 변했다고 한다. 고객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극장이 아니라 디즈니랜드라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업의 본질 자체는 북극점과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지만 그 본질을 담은 세상은 북극점을 지탱하는 빙판처럼 끊임없이 흐른다”며 “경영자는 세상의 흐름을 예민하게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팁은 숫자가 아니라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숫자가 현실을 논리적이고 직관적으로 설명해주지만 숫자의 간단명료함, 바로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자산, 매출. 시장점유율 등과 같은 숫자에만 집중하면 정량적 사고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전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는 숫자만 보면 절대 탄생할 수 없었던 사업이었지만 ‘남자들의 놀이터’라는 숫자로는 채워지지 않는 맥락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그는 “재무, 통계학 같은 지식도 필요하지만 세상의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인문학적 지혜과 문학, 철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업의 본질은 혼자 찾을 수 없다”며 “지나칠정도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때론 소통이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처럼 느껴질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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