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는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장 정숙(靜肅)해야할 병원에서도 소란을 피우거나 갑질까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최씨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처럼 주의가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행동을 보였고, 변호인의 말대로 지병으로 언급된 공황장애를 과거부터 앓았고 약를 처방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움병원에서 한때 근무했던 의사 A씨는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정신과 치료를 어디선가 받는 것 같았고, 차움병원에 와서도 가끔 약(자낙스)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씨는 일단 병원에 오면 아무리 환자가 많아도 진료를 기다리지 못하고 설치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다”면서 “이런 성격 때문에 간호사가 최 씨를 흉보면서 빨리 진료해서 내보내라고 했던 적도 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최순실씨는 차병원그룹의 건강관리 전문병원인 차움병원의 회원도 아니면서 VIP 진료를 받고 갑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다른 환자들의 진료순서를 무시한 채 본인 먼저 진료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자신이 실수로 잃어버린 물품을 간호사들이 찾게 하는 등 안하무인의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청담동)에 운영중인 차움병원은 2010년 개원 당시 ‘미래병원’을 표방하며 최첨단 유전자검사 등을 통한 질병 조기발견과 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맞춤진료를 하겠다며 1인당 약 1억 7000만원의 회원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했다. 이 같은 정기회원 이외에도 차움은 돈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백만원대 단기 프로그램을 팔고 있다.
그러나 최 씨와 언니 최순득 씨는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았으면서도 차움병원에서 VIP 대접을 받으며 자주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A씨는 “(최순실 씨는) 회원이 아닌데도 차움병원에 자주 들러 진료와 치료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면서 “올 때마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아주 정신없이 굴었던 것으로 의사와 간호사에게 기억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차병원은 최순실씨에게 VIP 진료 특혜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돈만 내면 얼마든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병원 관계자는 “차움병원이 최순실 씨가 거주하던 주상복합오피스텔 피엔폴루스에 함께 입주해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 같다”며 “같은 건물에 있는 만큼 몇 번 드나들었을 수는 있겠지만 특별한 관리를 받았던 회원은 아니었다”
또 다른 병원에서도 최씨는 ‘유별한 행동’으로 눈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 B씨는 “병원에 왔다가 휴대전화를 2∼3차례나 잃어버려 간호사들이 찾아줬다. 정말 정신이 없고 전혀 정리되지 않은 사람을 생각하면 된다”고 최씨의 행동을 기억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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