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한·미FTA 운명은?···또 재협상 요구할 수도

극단적인 보호주의를 내걸고 있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백척간두의 운명을 맞게 됐다.
9일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에 따라 새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반덤핑 상계관세 제소 등 통상마찰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미 FTA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동안 줄곧 “한미FTA 때문에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며 폐기 또는 재협상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연구원은 만약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내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총 수출손실이 269억달러(약 30조6848억원)에 달하고, 일자리도 24만개가 손실될 것으로 추정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미 FTA 재협상에 응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협정문에 따르면 상대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때 이에 응해야 하며 이를 6개월 이상 거부할 경우 상대국은 ‘일방적’으로 FTA 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이 2번에 걸쳐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당시 한국이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에 따라 우리 통상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미 FTA 효과를 미국측에 알려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마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미 FTA가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증대시켰다”며 긍정적인 보고서를 낸바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해 접촉하고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는 미국 의회와 물밑접촉을 하며 한·미 FTA가 미국경제에도 이롭다는 점을 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아태무역소위원회 등에 ‘친한파 인물’을 많이 만들어서 우발적인 재협상 등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