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와 프랑스, 미국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척추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를 걷게 하는데 성공했다. 뇌파를 읽을 수 있는 센서와 척수에 심은 전기자극 장치를 이용해 로봇다리나 보조기 사용 없이 원숭이가 직접 걷게 한 것이다.
그레고레 크루틴(교열팀 참조 Gregoire Courtine) 스위스로잔연방공과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미국 브라운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척수마비로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원숭이의 뇌와 척수에 센서와 전기자극 장비를 심어 보조기기 도움 없이 걷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9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중추신경계의 일부인 척수는 뇌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온몸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척수가 끊어지거나 손상되면 뇌에서 보내는 신호가 몸으로 전달되지 않아 신체의 일부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손상된 척수를 복원하는 방법도 현재로서는 없다.
과학자들은 척수마비 환자들을 위해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읽은 뒤 의족, 의수와 같은 로봇에 명령을 전달하는 ‘BMI(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을 연구해왔다. 뇌에서 보내는 명령을 감지해 보조장비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술을 활용해 척수마비 환자가 로봇팔을 이용해 쥬스를 마시거나, 로봇다리에 의지해 걷는 등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 보조장비 없이 척수마비 환자들을 움직이게 할 방안을 찾았다. 척수에 전기자극을 줄 수 있는 전극을 직접 심은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척수마비 원숭이가 두 발로 일어서거나 걸을 때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검출해냈다. 뇌에 심은 센서는 원숭이가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를 읽은 뒤 이를 무선으로 척수에 심은 전극으로 보낸다. 척수에 심은 전극은 신호를 받고 두 다리에 전기자극을 준다. 이 방법을 거쳐 척수가 끊어진 원숭이가 6일만에 걸을 수 있었다. 김형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뇌파에서 나온 신호를 분석한 뒤 이를 무선으로 척수에 있는 전극으로 보내는 과정을 거친다”며 “쥐를 갖고 한 실험은 있었지만 영장류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 연구의 임상 가능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실제 사용하려면 뇌와 척수에 전극을 꼽아야 하는데 상당히 위험할 수 있어서다. 김 선임연구원은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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