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된 발언을 하고 있다. |
10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49%포인트 상승한 2.118%로 마감했다. 10개월만에 최고수준이다. 한국 장기금리도 오름세다. 트럼프 당선소식이 처음 전해진 9일 당일 잠시하락했던 국고채 5년물, 10년물은 다음날 각각 1.587%, 1.819%으로 반등한데 이어 11일에는 1.636%, 1.883%에 거래됐다. 원화값 변동폭도 커졌다.
이승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미국 트럼프 정부에선 재정정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초저금리 등 완화적 통화정책은 종지부를 찍게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장기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지고 트럼프의 확대 재정정책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수준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사상 최저 수준인 1.25%에서의 동결은 완화적 통화정책 일단 유지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외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앞으로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약발이 다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장기금리가 앞으로 변동성을 보일 여지가 많아 흐름을 주의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시장금리 변동성이 과도해지면 일반적인 공개시장운영수단을 통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며 “필요에 따라 시장을 안정시킬 다양한 조치가 시나리오 별로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공화당 경제팀이 매파적 통화정책을 선호한다는 관측도 시장 금리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다. 오는 12월 미 연준 금리인상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 대비 원화값은 11일 한 때 전일 종가보다 19원 빠진 1169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내외금리차 축소는 외국인 채권투자자 자금 유출과 원화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상황은 외국인 자금의 전반적인 유출로 볼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본유출입이 자유로운 세계인만큼 미국 금리의 상승압력은 결국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며 “물론 국내 시장금리는 국내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여건과도 관련있지만 대외적 요인이 커지면 그 영향이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금리 상승은 결국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을 크게 만든다는 점에서 GDP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속도도 가파른 한국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1%p 상승할 때 한계가구 비중은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2.5%(134만가구)에서 13.3%(143만가구)로 높아지며 이들의 금융부채 비중도 31.8%로 2.7%p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총재는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소비제약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금융기관의 부실과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금리가 가계부채 문제의 주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저금리 정책을 펼 때는 금융안정보다 성장모멘텀 하락에 따른 거시경제 리스크가 훨씬 컸던 상황이었다”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미시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내수 위축, 갤노트7 판매중단, 최순실 게이트과 미 대선 트럼프 당선 등 한국경제를 둘러싼 불안정한 대내외
[정의현 기자 /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