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노조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계획인 반면, 대우조선 노조는 회사 측과 구조조정에 동의하는 확약서 제출과 분사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전날 오후 각각 4시간 동안 파업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이사회의 분사 의결에,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회사의 자구안 동의 확약서 제출 압박에 각각 반발했다.
하지만 파업 이후 두 노조의 모습은 다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주주총회 전까지 분사 방침을 철회하도록 오는 18일, 23일, 25일 조합원 전체 파업을 한 뒤 전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추진하고 있는 금속노조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반면 대우조선 노사는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노조는 이날 계획했던 상경투쟁·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확약서의 내용을 받았으며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양수 대우조선 노조 사무국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정상화한 뒤 민영화한다는 산업은행 방침의 방향에 동의한다”며 “주인 없는 회사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사는 본사 직원 수를 1만명 이하로 줄이기 위한 분사 방법에 대한 협의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5일 이사회가 회사를 6개로 분리하는 것을 의결한 데 격앙돼 있는 상태다. 회사 측이 노조에 언질도 주지 않고 이사회를 열어 분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문대성 현대중공업 노조 사무국장은 “15일 점심에 이사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이사회가 끝난 뒤에 6개 회사로의 분리가 안건에 포함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회사 측에서 미리 분사 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건설장비·전기전자 사업부의 분리에 대해서는 노조원들이 받게 될 영향을 파악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는 이날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처리된 안건들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현대중공업 노사의 갈등에 대해 한 공인노무사는 “단체협약 조항에 명시돼 있지 않다면 경영 판단에 따른 분사 결정을 미리 노조와 협의할 법적 책임이 회사 측에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이 현저히 바뀔 수 있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한 뒤 통보한 것은 회사 측이 도의적 비판을 받을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 측의 대화 의지 부족을 지적한다. 구조조정 계획을 미리 노조에 알려주고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갈등은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 사무국장은 “지난 9월 회사 측에 노조가 임금과 근로조건을 양보할 수 있으니 구조조정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회사 측은 또 노조와 상의 없이 일방적인 결정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업계에는 두 노조의 태도 차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경영 위기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우조선은 오는 24일까지 구조조정에 동의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본확충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은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현재 선
현대중공업은 상황이 낫다. 올해 1분기부터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또 최근 탱커선을 중심으로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증권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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