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직장인 박정호(36·가명) 씨는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으로 향했다. ‘퇴진’과 ‘하야’란 단어가 적힌 팸플릿을 행인에게 나눠주는 서울시청 광장을 지나쳐 호텔 프론트에 체크인한 뒤 객실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아내와 다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광장으로 나왔다. 손에는 LED촛불이 들려 있었다. 다음날 새벽까지 1박2일로 치러진 이날 집회에서 박씨는 딸아이를 걱정해 7시께 다시 호텔로 들어가 창밖을 바라봤다. 박정호 씨는 “타오르는 촛불의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을 세살 딸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곳에 투숙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플라자호텔의 주말 객실 예약률이 4주째 만실(滿室)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 현장의 광경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이유에서다.
2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플라자호텔의 총 410개 객실 가운데 스위트룸 등 고급 룸 8개를 제외한 402개 객실이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매주 주말마다 꽉 들어차고 있다. 지난 12일, 19일, 26일까지 매번 집회 때마다 402개 객실이 모두 동났고, 예약 사이트에서도 서울 특급호텔 가운데 플라자호텔만 유독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달 3일도 만실이 확실하다.
플라자호텔 관계자는 “국제행사나 포럼이 인근에서 열리는 시기가 아니면 객실 예약률이 90%를 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매주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직접 100만 개가 넘는 촛불의 풍경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손님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플라자호텔의 만실은 연 365일 가운데 25% 수준. 하지만 국제행사 등 외국인 단체 손님이 투숙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예약률은 70~80%선을 유지한다.
특히 이 관계자는 “특히 객실에서 로비로 빠져나가는 투숙객 중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가는 분들이 상당수인 데다 대부분 손에 팸플릿을 들고 계신 분들이 많이 목격된다”며 대부분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이 투숙하는것으로 예측했다.
플라자호텔은 매주 주말 비상근무 체계다. 플라자호텔의 전 직원은 프론트 오피스 직원과 백 오피스 직원까지 모두 1000여명에 육박한다. 3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주말근무 중에 손이 모자라면 백 오피스 직원이 프론트로 나와 거드는 경우까지 생겼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지난 26일에는 집회가 1박 2일로 열리면서 전 직원이 27일 새벽에 퇴근했다.
특히 이전에는 외국인 투숙객인 경우, 서울시청 광장에 외부 집회가 열리면 무슨 집회인지를 묻는 ‘컴플레인’이 적지 않았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질문이 거의 없고, 간혹 있더라도 “정부에 항의하려는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하는 답변이 돌아온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플라자호텔 관계자는 “플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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