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지난 10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지주회사 설립후 삼성물산 합병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날 발표내용은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30조원의 특별 현금배당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선임 등 4가지를 요구를 제한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환원과 이사회 개선 등은 엘리엇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에 대해선 이사회가 절충안 또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주주환원책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내용의 연장선 상에 있다. 1년전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2016년과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총 배당 규모를 작년보다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확대하게 된다. 이로써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36% 상승한 2만8500원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또한 매년 3년마다 현금 수준을 점검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내년부터 분기별 배당을 실시해 주주 환원에 적극 나서는 모양세를 갖췄다.
지난해 주주환원책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아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 규모의 일회성 특별현금배당, 잉여현금흐름 75% 환원 방안에는 미치지 못해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경기가 급격히 변동하는 상황에서도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시설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목적으로 재무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기 시설투자와 필수 운전자본 확보,M&A, 급격한 시장 변화 대응을 65조∼70조원 규모의 순현금은 필요하다”며 “주요 글로벌 기업과 순차입금비율,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 등 여러 지표를 비교했을 때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추가 선임과 관련해서는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 한 명 이상을 추천하기로 했다. 엘리엇은 사외이사 3명을 요구해 훨씬 적은 숫자지만 이사회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현재 사내이사들과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에 대해 삼성전자는 “이사회는 회사를 선도하는데 큰 기여했다”며 “충분한 역량 갖췄다고 판단하며 이사진이 IT 분야에 우수한 경험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외 이사도 통신학회 회장·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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