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업체들의 수주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하면서 오랜 발주 가뭄이 해갈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노사 갈등의 불씨가 살아 있어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란 이리슬(IRISL)로부터 10척, 6억5000만달러어치 선박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리슬은 현대중공업에 1만44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컨테이너선 4척, 5만DWT(재화중량환산톤수)급 중형 유조선 6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된 뒤 우리 조선업체가 이란 회사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발 대규모 선박 발주도 예정돼 있다. 러시아 국영선사인 소브콤플로트(Sovcomflot) 경영진들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만나 아프라막스(11만DWT)급 유조선의 건조계약 협상을 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소브콤플로트는 유조선 4척을 약 2억달러에 발주하고 이 배를 석유개발업체 쉘에 용선해 러시아에서 생산된 원유를 북유럽으로 나르게 할 계획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유 수급 불균형이 유조선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시장에 원유가 남아도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은 자국 내에 정제시설을 만들어 석유화학제품으로 수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중형 유조선의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OPEC과 러시아·이란이 일일 원유 생산량을 12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는 것도 조선업계에는 호재다. 세계 석유개발업체들이 해저 유전 개발을 재개하면 해양플랜트 수주 기회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이 알려진 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단숨에 배럴당 45.23달러에서 51.68달러까지 상승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감산합의로 국제유가가 60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미국에서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 OPEC발 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려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석유개발업체들은 그 동안 기술개발을 통해 손익분기점이 되는 국제유가 수준을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낮췄다”며 “국제유가가 50달러 선에 안착하는 모습만 확인되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국 내 원유생산량 증가로 인해 정유산업이 성장하면서 석유제품운반선의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에서 자국 소비량보다 많은 석유·화학제품이 생산되면 이를 수출할 수밖에 없어 유조선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에 나서면 석유·화학제품 운송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 미국 내 유가가 하락하고 이는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원유수출 금지는 트럼프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라며 “미국의 석유개발업체에는 악재지만 값싼 원유로 만든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것은 미국 내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선박 발주 부진이라는 외부적 환경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은 노사갈등이라는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을 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올해 임금·단체협상과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노사의 협상 타결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회사 측이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해 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 이사회가 회사를 6개로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키자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현재 전면 파업과 금속노조 가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노동자협의회 집행부가 최근 새로 꾸려지면서 지난 9월말 이후 멈췄던 임금협상을 재개했다.
대우조선만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동참한다는 노조의 확약서 제출이 추가 자본확충 지원의 전제조건이라며 노조를 압박한 덕에 노사갈등이 일단락된 상태다.
선박·해양플랜트 발주 시장에서 조선업체의 노사관계도 입찰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요소라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사관계가 불안정하면 발주사로부터 품질과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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