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확진 및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1668만6000마리에 달한다. 242만2000 마리가 추가 도살 처분될 예정이어서 도살처분 규모는 한 달만에 1900만 마리를 넘어서게 된다. AI 영향으로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대형 마트들은 일부 지역·매장에서만 시행했던 ‘1인 1판(30개)’ 판매 제한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특히 국내에서 두 가지 이상의 AI 유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피해 규모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경기 안성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다른 형태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H5N8형 고병원성 AI로 최종 확진됐다. 이 바이러스 유형은 현재 맹위를 떨치고 있는 H5N6형 바이러스와는 다른 유형으로 2014~2015년에 창궐했던 AI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도 AI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살처분이 이뤄졌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최초로 서울대공원 동물원 황새 사체에서 AI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황새와 같은 칸에서 사육하던 아프리카저어새·흑따오기·원앙 등 18마리의 시료를 채취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검사했다. 그 결과 원앙 5마리에서 H5 양성반응이 나와 천연기념물인 원앙 8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18일 밤 살처분했다.
시는 “황새 마을 내 다른 전시장에 있는 11종 120여 마리에 대한 추가 분변검사도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한 상태”라며 “18일부터 중앙 역학조사반이 서울대공원을 찾아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예측이 어렵지만 주변 저수지에서 사는 원앙·오리 등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정확한 감염경로 확인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 18일 농림축산검역본부 AI 예방통제센터에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를 의뢰했다.
이기섭 서울동물원장은 “AI 감염을 막기 위해 17일 오후 휴장을 결정하고 나서 현재까지 휴장 상태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AI 양성 반응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휴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후 한 달간 추이를 두고 봐서 감염 위험이 완전히 없다고 판단될 때 개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있어 선제적 살처분은 없을 예정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천연기념물이나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살처분한 사례는 이번 원앙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환경부의 허가를 각각 얻은 뒤 필요에 따라 살처분할 것”이라며 “보호차원에서 양성으로 판단될 경우 살처분을 검토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격리해 보호하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동물원 직원을 외부와 차단하고자 40명을 일주일간 동물원에서 숙식, 근무토록 했다. 조류와 접촉한 사육 직원 15명과 수의사 4명에게는 보호복을 지급하고, 항바이러스제재인 타미플루를 복용하게 했다.
19일 롯데마트는 20일부터 모든 계란 제품에 대해 판매 수량을 1인 1판으로 제한하고 가격을 10% 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특란 30개 들이 ‘롯데마트 행복생생란’ 1판이 6800원에서 7000원대 중반까지 오르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뜩이나 계란 공급량이 평소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 2~3판씩 사가는 고객들 때문에 지난 주말 대부분 점포에서 계란이 조기 품절됐다”며 부득이하게 판매 제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나 계란 수급이 원활하지 않던 일부 지역 대형마트가 판매 제한을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판매 제한에 나선 것은 처음 나온 조치다.
주부 조 모씨(27·여)는 “어제 오후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렸는데 계란이 품절이라 깜짝 놀랐다”며 “다음에 계란이 눈에 띄면 많이 사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둔 주부 박 모씨(36·여)는 “아이 엄마에게 계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계란이 떨어지면 불안해서 미리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계란 공급에 차질이 없었지만 이번 주부터 입고량을 못 맞출 것 같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전 점포를 대상으로 한 판매 제한 계획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동철 기자 / 김재관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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