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수익성 높은 신형 그랜저 출시로 실적 부진을 벗어나 시가총액 순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의 양강 체제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랜저는 현대차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대형차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으로 그동안 현대차 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보여줬다. 이번에도 현대차 주가는 신형 그랜저IG 출시이후 7% 넘게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파업 악재를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올 하반기 신차 출시가 없는 기아차는 ‘트럼프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해 울상이다.
21일 한국거래소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그랜저IG 출시일인 지난 11월 22일 이후 이달 20일 현재까지 7.5% 상승했다.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시가총액 격차도 1조원대로 줄이며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함께 양강체제를 구축해왔던 현대차는 2012년말 기준 52조원에 달하던 시총이 20일 현재 31조원대로 급감했다.
그동안 한국전력 용지 고가매입 논란, 노조 파업으로 생산성 저하,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3대 악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보호무역 주의로 무장한 트럼프의 당선 까지 겹치며 현대차 시총 순위는 지난 달 10일 한국전력, 삼성물산에도 뒤쳐진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곧바로 비상경영 체제로 들어간 현대차는 임원들이 10월부터 급여 중 10%를 자발적으로 삭감한데 이어 지난 달에는 5년만에 6세대 그랜저를 출격시켰다. 최근 3년 6개월 동안 그랜저에만 쏟아부은 투자비가 4500억원이다.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올 10월(5세대 까지 포함)까지 30년간 전 세계에서 총 185만대가 팔렸고 이중 50만대가 국내에서 팔렸다.
같은 기간 아반떼나 쏘나타에 비해 판매 대수는 적지만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 중에선 가장 판매고가 높은 차종이다.
이 때문에 이익 개선에 큰 기여를 해왔다. 5세대 그랜저가 출시된 2011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5% 상승했다. 2011년 2분기의 직전 년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24.5%인 점을 감안하면 그랜저 출시 효과가 두드러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출 이상으로 영업이익 증가폭이 큰 것은 그랜저의 마진(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증권가는 올 4분기에 이어 그랜저 출시 효과가 두드러질 내년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81억원으로 2년만(2014년 2분기 2조원)에 반토막이 났지만 4분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전망치를 종합 평균한 에프앤가이드 전망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515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 4분기 대비 3% 상승한 수치이지만 올 3분기에 비해선 42% 오른 수치다.
그랜저가 나올 때마다 반등했던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서서히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1998년 10월, 현대차는 그랜저XG라는 3세대 모델을 내놔 공전의 히트를 쳤다. 10월 주가(1일 대비 31일 종가기준)는 44%나 폭등했다. 그랜저TG가 나온 2005년 5월 당시 5만원대였던 현대차 주가는 같은해 연말 9만7300원 까지 수직 상승했다.
현대차는 이달 그랜저IG로 주가가 반등하고 있지만 기아차는 내년 1월 ‘모닝’이 나올 때 까지 올 하반기 신차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모닝’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다. 최근 현대차그룹 ‘형제’의 희비가 갈리는 이유다. ‘트럼프 쇼크’가 나타난 지난 달 9일 이후 현대차 주가는 이전보다 상승했지만 기아차는 이달 20일까지 5% 이상 하락했다. 반대의 주가 흐름은 외국인의 매매패턴과도 관련이 깊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11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멕시코에서 생산 확대 전략을 짜온 기아차의 투자 매력이 감소했다”며 “향후 통상임금 판결에서 패할 경우 막대한 충당금을 까지 쌓아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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