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주요 공약으로 '창조경제'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창업생태계로의 지원자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기관이 출연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예산 규모는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2년 1조7412억원에서 지난해 1조9367억원으로 늘었다. 벤처산업협회 자료에서는 벤처캐피탈의 신규투자 금액도 2011년 1조2608억원에서 2015년 2조85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창업지원 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차별화되지 않은 지원 사업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대기업들이 각각 나누어 진행하다보니 자금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제대로 된 스타트업 생계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벤처스퀘어의 김태현 공동대표는 "한국에는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단체가 많지만 이들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중복 지원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어떤 명목으로 어느 벤처기업에 얼마를 지원했는지를 공유하지 않는다. 벤처 산업에 대한 통계 기준도 제각각이다. 이러다보니 한 업체가 여러 공공기관을 돌면서 벤처 지원금을 받아내는게 어렵지 않다. 보이지 않는 정부 부처간, 공공기관간 벤처지원 실적 경쟁도 스타트업 기업 육성에 방해만 되고 있다. 김 대표는 "민간의 역할을 늘리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민간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기업을 골라 자체 자금을 투입하면 여기에 정부기관이 매칭 형태로 자금을 보태주는 방식이다. 벤처캐피탈은 자신의 돈이 직접 투자된만큼 더 신중하게 옥석을 가리게 된다.
대출 위주의 자금 지원 방식 역시 수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정부로부터 벤처기업인증을 받은 벤처기업수는 3만2095개다. 이들 중 69%에 달하는 2만9083개 기업이 '기술평가보증·기술평가대출'을 받아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기업별로 기술평가보증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8000만~1억원을 대출받았다.
황보윤 한국벤처창업학회장(국민대 교수)는 "대출을 받아 벤처인증을 받은 기업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창업자는 8000만~1억원의 빚을 떠안게 돼 재기가 어려워진다"며 "실패해도 갚을 필요 없는 '보조금' 액수를 늘려 패자부활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면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황 교수는 "기술력과 연구개발능력 등을 꼼꼼히 검증하면 얼마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의 사업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 기업의 지분을 초기에 6~10%가량 취득한 뒤 벤처 기업이 상장하거나 매각되면 수익을 챙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에 실패해도 돈을 갚아야할 의무가 없다. Y콤비네이터는 지분 투자 뿐 아니라 사업 자문, 법률 조언 등의
[기획취재팀 = 이승훈 차장(팀장) / 김동은 기자 / 우제윤 기자 / 문지웅 기자 / 박창영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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