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의 마음을 사로잡은 벤츠가 지난 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로 올라섰다. 랜드로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로 강점을 살려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고, 일본차들은 '디젤게이트'의 반사이익을 봤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해 5만6343대를 팔아 BMW코리아(4만8459대)를 누르고 수입차 판매량 1위에 등극했다. 벤츠가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2003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최초다. 수입차 단일 브랜드가 연간 판매량 5만대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벤츠의 성장은 젊은 세대로의 수요층 확대가 뒷받침했다. 벤츠의 멤버십 카드인 '메르세데스카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E클래스 고객 평균 연령은 2010년 51.5세에서 지난 해 44.9세까지 낮아졌다. 특히 20~30대 고객 비중이 2010년 14%에서 지난 해 24.2%까지 대폭 늘었다.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벤츠는 컴팩트카 라인업을 지속 확충해왔다. 2013년 더 A-클래스(The A-Class)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최근 더 뉴 CLA 250 4MATIC까지 7종의 컴팩트카 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벤츠의 컴팩트카는 감성적인 디자인과 3700만원부터 시작하는 접근성으로 청년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해 컴팩트 카 판매량은 7105대로 전년(4329대) 대비 64% 늘었다.
벤츠는 E클래스는 지난 해 2만2837대 팔렸다. 수입차 단일 차종이 연 판매량 2만대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1만9660대)보다 3000대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아우디 A6 판매량 감소분(4542대)을 효과적으로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신형이 출시된 E클래스는 지금 주문해도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달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카 1, 2, 5위 차량이 모두 E클래스의 세부 모델이었다.
랜드로버는 SUV 전문 브랜드의 강점을 앞세워 지난 해 47.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해 20대를 팔며 400%성장한 람보르기니를 제외하고는 최고 성장률이다. 랜드로버는코리아는 작년 총 1만601대를 팔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최초 1만대 판매량 달성에도 성공했다.
랜드로버에는 총 14종의 SUV 모델이 있다. 6400만원대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시작으로 2억8000만원을 넘는 레인지로버 5.0 SC SVA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국내 소비자의 SUV 선호를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공략한 것이다. 올해에는 최다 판매 차종인 디스커버리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한다.
일본 차들은 옛 영광을 재현했다. 일본 브랜드의 인기는 수입차 시장 초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 최고조에 달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주춤했다. 디젤차를 앞세운 독일차들에게 점유율을 뺏긴 탓이었다.
도요타, 렉서스 등 하이브리드차에 강세가 있는 일본 브랜드들은 디젤게이트 이후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의 지난 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5.7%로 전년 대비 4%포인트 가량 올랐다. 지난 해 렉서스는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최초로 이름을 올렸고, 도요타는 전년 대비 18% 몸집을 불렸다
올해 수입차 시장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7년 만에 1위를 뺏긴 BMW는 7시리즈급의 첨단 사양을 갖춘 5시리즈를 출시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 폭스바겐은 리콜 절차가 일단락되면 티구안, 파사트GT 등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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