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비에이치글로벌이 내달 사업을 접는 남성복 브랜드 '마크브릭'. |
9일 증권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토종 셔츠 명가로 꼽히던 47년 역사의 셔츠 전문 기업 로얄비엔비가 최근 부도 처리 됐다. 100억 원의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지난달 당좌거래가 정지됐으며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로얄비엔비는 2006년부터 10여 년간 잡화 브랜드 '루이까또즈'를 운영하는 태진인터내셔날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셔츠를 제작 및 유통해왔다. 이밖에 '피에르 가르뎅', '로얄' 셔츠 브랜드를 전개하고있다. 현재 롯데백화점본점 등 70여 개 매장에서 루이까또즈 셔츠를 판매 중이다.
로얄비엔비 부도와 관련해 태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로열비엔비는 1차 부도 이후 빠른 시간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주요 채권자들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현재로서는 태진 본사에 직접적 영향은 없으며 이번 일로 인해 중간 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캐주얼 브랜드 '베이직하우스'로 유명한 티비에이치글로벌도 지난 2015년 야심차게 론칭 했던 자체 남성복 브랜드 '마크브릭'의 사업을 접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등 백화점 중심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왔는데 다음달 말 매장을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마크브릭은 국내 사업이 부진하자 중국 진출로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현지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브릭 영업팀 관계자는 "국내 패션산업 전체가 위기라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신규 사업이 성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국내 경제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중견업체 뿐만 아니라 패션대기업들도 부진한 브랜드를 철수하는 등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경기불황에 적극 대응하고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부진을 겪고 있는 남성복 '엠비오'와 잡화 '라베노바'의 오는 2월 철수한다. 또한 남성복 '로가디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로가디스 컬렉션'을 '갤럭시'로, 중저가 라인인 '로가디스 그린'을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흡수했다. LF도 지난해 여성 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일꼬르소'를 백화점에서 철수하고, 자사 쇼핑몰인 LF몰 등 온라인을 주력 채널로 전환했다.
A 잡화 브랜드 업체 대표는 "표면으로 들어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패션업체들이 매출부진을 겪고있다"면서 "요즘은 어렵지 않은 패션업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중견 패션 업체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경기불황의 영향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95.8)보다 낮은 94.2까지 떨어졌다. 생활형편 전망, 향후 경기전망 등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월에 이어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현재생활형편 등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판단도 소폭 증가하면서 소비심리가 악화했다고 KDI는 설명했다.
피부에 와 닿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의식주 가운데 의복 소비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패션업체들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패션 소비 양극화와도 중견 패션업체가 어려움을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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